잠실 - 성수 - 방배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잠실 컴오프
송리단길 일대에는 작은 규모의 카페들이 많아 거리두기가 잘 안 되는데, 그중 넉넉한 카페를 찾다가 발견한 2층짜리 단독주택을 통으로 개조한 신상 카페다. 집을 개조해서 그런지 테이블마다 각 방처럼 구역이 나뉘어 있어 오래 머물며 수다를 떨어야 하는 약속 장소로 적합했다.
80~90년대 K-가정집스러운 나무 천장과 요즘 유행하는 모듈 st 가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게 재미있었다. 전반적으로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다 들어있는 카페라고 느꼈는데 누굴 데려가도 실패는 없을 곳이겠다.
2. 성수 피카워크샵
작지만 블랙&화이트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 쾌적한 공간, 무엇보다도 창문 밖으로 푸릇푸릇한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가 내다 보이는 뷰가 다했다. 햇살 좋은 날 싱그러운 풍경을 내다보며 적당히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즐기니 바쁜 삶 속에서 모처럼 여유를 만끽하는 기분이었다. 이게 바로 북유럽의 'fika'라는 거였겠지. 피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꼭 푸른 계절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3. 성수 바이레인
한때 제리의 치즈케이크로 유명했던 중곡동 바이레인이 성수동으로 이전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 케이크부터 마카롱, 스콘, 마들렌, 파운드케이크 등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디저트 라인업을 다 갖추고 있어 뭘 먹을지 한참 고민하게 되는 곳이다.
아쉽게도 나름 주력 메뉴인 듯한 하치의 꿀케이크는 내 입맛엔 너무 달아 다 먹기에는 무리였다. 케이크류는 하나에 거의 1만 원 정도 해서 가격이 좀 과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마음에 들었던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도? 디저트가 메인인 카페는 인간적으로 이렇게 쓰고 진한 원두 써서 양 넉넉하게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4. 방배 매뉴팩트커피
플랫화이트 맛집으로 유명한 매뉴팩트커피, 연희점까지 가기엔 너무 멀어서 방배점에 방문했다. 매뉴팩트의 명성에 비해 매장 규모는 아담한 편이었는데, 창이 크게 나 있고 군데군데 푸른 식물을 잘 배치해놔서 오히려 공간감 있는 교외 카페에 나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답답하진 않았다. 커피바가 매장 한가운데 있어서 핸드드립 하거나 제조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구조도 흥미로웠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라는 카페의 본질에 충실한 곳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5. 방배 우토포스
90년대 미국풍 빈티지 느낌의 카페. 가구, 소품, 포스터, 엽서 등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이곳만의 힙하면서도 따뜻한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특히 저 연노랑색 벽에 노랑 덕후는 우선 취향 저격당했고요, 가만히 있어도 기분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작은 공간 한편에는 사장님이 키우시는 시바견이 누워있다. 너무 귀여운데 가끔 깜짝 놀랄 정도로 너무 크게 짖어서 차분하게 커피를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강아지를 만지고 예뻐할수록 더 힘들어 보여서 안쓰러웠다. 개를 무서워하거나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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