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제주 여행 中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여행 중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조천 무우수커피로스터스
한적한 시골 동네 골목의 정취가 느껴져 좋았다. 카페 안에만 있으면 모르는데, 창밖을 바라보면 새삼 '아 내가 제주에 와 있구나' 싶고 몸과 마음에 긴장이 풀린다. 앞에 마을 분들의 쉼터처럼 큰 나무 두 그루 아래 벤치가 있는데 테이크아웃해서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커피가 정말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이 날 이미 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자주에이드를 시킨 건 좀 아쉬웠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일부러 찾아갈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천에서 갈 만한 카페를 찾는다면 추천.
2. 애월 슬로보트 아뜰리에
이 공간의 '멋짐'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커피, 사진, 음악, 독서, 바다를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꿈만 같은 곳. 한쪽 벽면에는 바다를 찍은 사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미술관 같은 분위기가 나고, 반대편에는 사진집을 비롯한 예술 관련 책들이 쭉 비치되어 있어 엄청 멋진 도서관을 구경하는 기분이 든다. 특이하게 매장 한가운데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커피바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큰 통창으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명당자리가 위치해 있다. 여기 앉아 있으면 잡생각이 싹 사라지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명당자리를 사수하려는 눈치게임이 매우 심하다는 것. 뭐, 욕심 없으면 편하다.
3. 한림 비양놀
지나가다 보고 '저기 카페가 있네, 새로 생겼나, 괜찮아 보이는데' 하다가 결국 차 돌려서 들렀다. 그만큼 밖에서 언뜻 보기에 매력적이었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더 괜찮더라. 매장 한가운데가 뻥 뚫려있고 작은 정원처럼 꾸며져 있고, 저 멀리 통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투명 천장에 층고가 높아 탁 트인 느낌이 드는 게 아주 만족스러웠다. 도시에서는 이런 개방감 느껴보기 어렵거든.
쪄 죽을 것 같은 날씨라 캠핑장처럼 꾸며져 있던 야외에는 못 앉고, 운 좋게 창가 자리를 잡아 셋 다 바다를 바라보고 앉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코앞에서 바다를 보니 쾌적하고 좋았다. 커피 맛은 평범했는데 일행이 주문한 애플 시나몬티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4. 한경 클랭블루
바다 뷰 통유리창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곳. 종일 맑다가 하필 여기 올 때쯤 안개가 껴서 새파란 바다를 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조금 흐린 바다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사진 찍히는 거 너무 어색해서 못 견뎌하는 성격이지만 이런 데서는 인증샷 하나 남겨주고.
군데군데 걸려 있는 큼지막한 작품들 때문인지 카페라기보다는 꼭 현대 미술관에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 든다. 진한 파란색 작품과 소품들이 통일성 있게 비치되어 컨셉이 잘 사는 듯하다. 하지만 그 어떤 그림보다도 저기 창밖이 더 작품 같았던 건 안 비밀.
5. 안덕 커피스케치
특별할 건 없었지만 쾌적하게 잠깐 쉬어가기 좋았다. 바로 앞에 바다 잘 보이고, 자리도 널찍하고, 에어컨 빵빵하고, 음료 종류도 다양하고, 이 정도면 누구나 무난히 만족할 만한 카페인 듯. 학창 시절 수학여행 이후로는 한 번도 안 가본 용머리해안은 그냥 여기서 이렇게 보는 걸로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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