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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22. 2021

2~3월에 마신 6개의 카페

신당 - 잠실 - 성수 - 서촌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신당 피어커피 광희문점


역시 블루리본 받은 카페답다. 그동안 다른 카페에서 마신 라떼는 라떼가 아니었나 보다 싶을 정도로 라떼에서 깊은 맛이 났고, 심지어 다 식어도 맛있는 역대급 라떼였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신당역, 청구역, 동대입구역 사이 딱 중간에 조금 애매한 위치이긴 한데, 근처에 갈 일 있으면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러 굳이 여기까지 찾아가도 후회 없을 듯.


2층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와 풍경이 멋있다고 하는데 나뭇잎이 무성한 계절에 가보면 더 좋겠다.


2. 신당 세컨하우스


흑백 얼굴 사진에 날계란을 던진 것 같은 저 작품 하나에 꽂혀서 굳이 찾아간 카페. 존재감 있는 예술 작품들과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와 소품들이 잘 어우러져 멋진 편집샵을 구경하는 듯했다. 당연히 분위기도 좋고.


그런데 머무는 내내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했나 모르겠다. 카페와 다이닝을 시간 구분 없이 같이 하는 곳이라 브런치에 와인을 즐기는 손님들 틈 사이에서 커피와 디저트 하나를 시켜놓고 있기에는 어쩐지 눈치가 보였다. 식사 시간도 아니고 오후 3시쯤이었는데 말이다. 나도 돈 내고 여기 있는 건데 쫓기듯이 먹어 치우고 일어나야 했다. 다이닝이나 와인바로 즐기고 싶다면 추천, 카페로 즐기고 싶다면 절대 비추천.


3. 잠실 카페마달


한 4년 전에 가봤던 카페인데 오랜만에 생각나서 다시 찾았다. 송리단길에 수많은 카페들이 사라지고 또 새로 생긴 동안 굳건하게 대표 카페로 살아남은 곳이니 이곳만의 매력은 보장된 셈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유행을 타지 않고 누구나 좋아할 만하지만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우드&빈티지 인테리어의 통일성. 오래 머무르고 싶은 편안함을 준다.


다이어트 중이지만 냄새에 못 이겨 크로플을 주문했는데 이거 안 시켰으면 큰일 났을 뻔. 사실 크로플이 맛없기도 힘들지만 이 집 크로플 정말 잘한다고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좋은 분위기. 이 정도면 충분하지.  


4. 성수 BNHR 성수점


사람 많은 날 성수동에서 나름 거리두기 되는 카페를 찾다가 여기다! 싶었다. 특별할 건 없지만 넓고 깔끔하고 좌석이 많아 비교적 안심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시국에 충분히 가치 있는 곳이라 추천.


시그니처 커피인 비엔에이치알커피는 6천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양이 터무니 없이 적어서 속상한데, 한 입 맛 보면 달달하고 부드럽고 맛있어서 눈물 흘리며 아껴 마시게 된다. 이 건물 안에 나름 유명한 미아논나, 칙피스, 르프리크 다 있으니 간단한 식사 후 커피 마시러 오는 코스로 괜찮을 듯.


5. 서촌 부트카페


그 유명한 파리 부트 카페의 서울 지점이 서촌에 오픈한 건 의외였지만 막상 가보니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옛날 구두수선소 간판을 그대로 써온 부트카페의 정신이 여기서는 낡은 한옥 건물을 만나 구현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외벽 그림, 일러스트 스티커, 패션 매거진 스크랩 인테리어 정도의 포인트가 파리를 연상시키고, 그 밖에 모든 것은 이 동네가 주는 느낌이 압도한다. 실내 좌석이 협소한 편이라 마당 마루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니 더더욱 파리보다는 서울을 느꼈다. 굳이 부트카페의 이름을 빌리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작고 힙하고 비싼 서울 카페로서의 매력이 있는 곳.


6. 서촌 커피한잔


꼭 꿈에 나올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요즘에도 이런 데가 있나 싶어 호기심 반 경계심 반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 신기한 것들 천지라 넋 놓고 구경하다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주인이 건네준 음료를 마셨더니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고 신비로운 꿈을 꾸고 깨어나서 헐레벌떡 다시 찾아가 보니 그 자리에 그 가게는 흔적도 없는. 그런 스토리의 배경이 될 것만 같은 곳.


모든 소품, 가구, 도구들이 컨셉이 아닌 '찐 빈티지'라는 게 느껴졌고, 사장님의 오랜 독특한 취향이 묻어나서 더 좋았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 오래 앉아있기는 불편할 수 있으나 좌석은 넉넉한 편. 목이 타서 급하게 아아를 주문했지만 여유가 된다면 드립 커피나 짜이를 마시며 특별한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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