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터 Nov 16. 2021

6~9월에 마신 8개의 카페

을지로 - 위례 - 삼전 - 하남 - 성수 - 삼청

5월에서 갑자기 10월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카페 투어 권태기' 같은 게 왔던 것 같습니다. 누가 먼저 신상 카페에 가봤나 겨루는 경쟁심리,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는 카페의 본 목적을 상실한 기나긴 웨이팅과 과도한 인증샷, 너무 빠르게 소모되는 유행 같은 것들에 싫증이 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고 싶었던 공간을 찾아가 다양한 취향을 경험해보고, 그 안에서 나만의 여유를 즐기는 일이 여전히 저에게 소소한 만족감을 주는 취미임을 부정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지금 가장 핫한 곳들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본 곳들에 대한 주관적인 기록이라는 취지에 맞게, 다시 '지도 위에 별표' 시리즈를 이어나가려 합니다. 사이에 미처 기록해두지 못한 카페들을 이렇게 뒤늦게나마 남겨봅니다. 




1. 을지로 알렉스룸


굉장히 을지로스러운 힙한 공간. 낮에는 커피, 밤에는 바로 운영되는데 솔직히 이 분위기는 무조건 술 아닌지. 전체적으로 매우 어두운 편이고, 조명 컬러도 요란해서 딱 술술 마시고 취하기 좋은 분위기였다. 음료나 디저트보다 술과 안주 메뉴도 훨씬 다양한 편. 을지로 근처에서 밥 먹고 간단하게 2차로 한 잔 더 하러 가기 좋은 곳으로 추천한다. 


2. 위례 위클리커피 2호점 


위례역 부근 1호점보다 공간이 좀 더 넓고 쾌적한 위례 광장 쪽의 2호점. 익숙한 얼굴의 로고가 반겨준다. 크림라떼가 가장 유명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위클리 라떼가 취향저격이다. 너무 헤비하지 않은 은은한 단맛과 극강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커피에 곁들일 수 있는 파운드 케익 종류도 다양하다. 옛날에 1호점에서 맛있게 먹었던 프로슈토 토스트는 이제 안 하시는지 궁금. 


3. 위례 에스프레소 그자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에스프레소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곳. 개인적으로 오네로소와 여름 시즌 메뉴였던 커피 그라나따를 즐겨 마셨다. 친절한 사장님들 덕분에 갈 때마다 늘 기분 좋은 곳. 하지만 다른 에스프레소 바처럼 스탠딩 바 형태가 아니라서 회전율이 느리고, 좁은 상가 골목 앞에 간이 의자 같은 곳에 앉아 마셔야 해서 다소 불편하고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도 있다. 


4. 삼전 카페 온실 


밖에서 볼 땐 평범한데 지하로 내려가면 흡사 비밀정원 같은 신세계가 펼쳐진다. '온실'이라는 가게 이름답게 곳곳에 여러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고, 한쪽에는 초대형 스크린 위로 숲이나 바다 뷰가 펼쳐진다. 빔 프로젝터로 쏜 영상일 뿐인데도 진짜 자연 속에 와있는 것처럼 멍 때리고 경치를 감상하게 된다. 보통 커피를 즐겨 마시지만 여기서는 특이하게 히비스커스 티 라떼를 주문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지하라서 조금 답답한 점만 빼면 맛도 좋고 뷰도 좋았던 곳. 


5. 하남 덕풍 하우스플랜트 


옛 가구 공장을 개조한 곳으로, 시내에서는 결코 느껴볼 수 없는 교외 카페 특유의 엄청난 공간감을 자랑한다. 과거 공장 시절에 만든 가구를 여기 그대로 둔 건가 싶을 정도로 빈티지한 테이블, 의자, 가구, 소품들이 자유분방하게 배치되어 있어 신기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나오는 가구 스튜디오 같은 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험, 꽤 매력적이지 않은지. 


6. 삼전 베리에이션 


테이블이 세 개뿐인 아주 작은 카페. 'variation'이라는 이름처럼 각자 취향에 맞게 우유나 시럽을 선택하여 주문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두유, 오트 밀크, 아몬드 밀크 같은 대체 옵션이 있어 이왕이면 다른 곳에서 흔히 맛보지 못하는 라떼를 즐겨보면 좋겠다. 직접 구운 스콘과 브라우니 등 디저트 메뉴도 괜찮은 편. 


7. 성수 로우포레스트 


카페 투어 권태기의 정점을 찍었을 때, 미리 알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며 보다가 들어가 본 유일한 카페였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는 얘기. 날이 쌀쌀해져서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창을 전면 개방하여 탁 트인 느낌이 드는 게 좋았다. 안에 있지만 밖에 있는 것 같은,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이 주는 매력이 있다. 음료 맛은 무난했던 것으로 기억. 


8. 삼청 슬로우포레스트 


정갈한 화이트&우드 인테리어와 멋진 한옥 뷰가 이루어내는 은은한 조화가 매력적이다. 환경을 생각해 대나무 빨대와 생분해 빨대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고. 수익금의 일부는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 쓰이는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온 손님에게도 친절한 펫 프렌들리 공간이다. 인간 손님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물에게도 친절한 이런 카페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개별 사진의 무단 공유 및 불법 도용을 금합니다.

#jc_카페투어 for more

매거진의 이전글 10월에 마신 7개의 카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