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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Nov 27. 2021

11월에 마신 9개의 카페

서촌 - 혜화 - 잠실 - 용산 - 공릉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서촌 쏘리에스프레소바


역시 트위터 맛집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 집 에그타르트는 한국에서 먹어본 에그타르트 중 거의 최상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부드러움이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메뉴와도 잘 어울려서, 내가 이 근처 직장인이라면 매일 출근길에 들러 아침으로 먹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지나가다 잠깐 서서 먹고 가는 캐주얼한 에스프레소 바지만, 커피 마실 때 편한 쪽으로 손잡이 방향도 신경 써 놔 주시고, 입가심용 탄산수도 내어주시는 친절함과 배려에도 감동했다.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영업해주었으면 하는 곳.  


2. 서촌 인왕산 대충유원지


대충유원지 2호점도 아니고 서촌점도 아닌 '인왕산점'인 이유가 있다. 여기는 인왕산이 바로 내다 보이는 최적의 위치가 다했다. 통창 뷰도 좋지만 날씨 좋은 날에는 뻥 뚫린 테라스 자리를 추천한다. 한옥, 빌라, 바위산이 만들어내는 지극히 한국스러운 3단 뷰가 꽤 멋졌고, 대충유원지 특유의 묵직한 바이브와 잘 어울린다. 밤에는 바로 운영되는 만큼 낮에도 다양한 주류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데, 특히 내가 마신 거봉진토닉은 깔끔 그 자체인 맛이라 추천한다. 멋들어진 인왕산 아래서 낮술이라니 이보다 더 좋은 풍류 코스가 어디 있으랴.


3. 서촌 뮤추얼사운드클럽


얼마 전 유행했던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 인테리어의 끝판왕이다.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가구와 소품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운드 클럽'이라는 이름답게 한쪽에는 DJ 부스도 갖춰져 있고, 주말에는 유명 DJ를 초청하기도 한단다. 인테리어와 음악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공간이라고 느꼈다. 이곳 역시 낮에는 카페, 밤에는 칵테일바로 운영되는데 나는 드립 커피를 마셨지만 개인적으로는 술이 훨씬 더 어울리는 분위기인 것 같다. 예쁜 데에서 좋은 음악 들으며 술 한 잔 하고 싶을 때 괜찮은 선택지일 듯.


4. 혜화 무던


개인적인 추억 때문인지 실제 상권 변화의 영향인지 왠지 혜화는 2000년대에 여전히 머물러있는 동네 같다고 느끼는데, 여기도 딱 그 시절 있었을 법한 곳 같다. 좋은 의미로. 어렸을 때 이런 데 와봤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살짝 민들레영토 같기도 하고.. 아무튼 동화 속 일러스트같이 생긴 예쁜 집에서 진하고 맛있는 젤라또를 판다. 커피나 에이드 같은 음료도 있지만 이 집의 메인은 젤라또라, 한겨울에 추워도 젤라또를 꼭 맛보기를 추천한다. 직원분들도 친절하셔서 더욱 좋게 기억에 남는 곳이다.


5. 잠실 봉땅


미국 가정집의 차고 (garage) 같이 생긴 외관 때문인지 아메리칸 빈티지 느낌이 물씬 풍기던 곳. 이렇게 세련된 카페의 하이라이트는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천재적인 디저트 메뉴 '꽈배기 도넛'이었다. 솔트 카라멜, 티라미수, 피넛 버터 등 다양한 맛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냥 오리지널 글레이즈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둘이 가서 하나만 시켰다가 나중에 두 개 더 추가 주문한 거 안 비밀.


6. 남영 식캣사인


이번 달에 가본 카페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곳. 우선 들어가자마자 통유리창으로 한눈에 보이는 한옥 뷰가 인상적이었다. (일반 가정집이라고 하니 과도한 사진 촬영은 자제할 것) 내부 인테리어는 매우 감각적인데, 거친 하드코어 힙이 아닌 편안하고 센스 있는 힙함이라는 점에서 또 마음에 들었다. 미드 '프렌즈' 배우들 사진이 곳곳에 붙어있고, 커피 원두 이름도 모니카, 레이첼, 피비라고 붙인 게 재미있었다. 또 특이하게 카세트테이프로 노래를 트시는데, A면이 다 되면 노래가 뚝 끊겼다가 수동으로 B면으로 돌리는 게 찐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날로그 감성이었다. 커피도 맛있고, 은은하게 깔리는 롤러코스터 노래가 좋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여유 시간을 보냈다. 아, 그리고 큰 기대 없이 시켰던 쑥 휘낭시에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여기 뭔가 디저트도 예사롭지 않은데, 매번 조금씩 메뉴가 바뀐다고 하니 방문 전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면 좋을 듯.


7. 후암 오르소 에스프레소바


언덕 가파르기로 소문난 후암동을 걷다 지쳐 잠시 휴게소처럼 쉬어간 곳. 혹시 여기 이름 뜻이 언덕을 겁나 오르소인지.. 너무나도 적절한 위치에 있었다. 공간도 메뉴도 서비스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쾌적해서, 잠깐 들러 커피 한 잔 하고 가기 좋은 곳이었다. 에스프레소 바지만 아메리카노, 라떼 등 롱 메뉴와 간단한 디저트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니 에스프레소를 딱히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겠다.


8. 공릉 메모아 


예쁜 데서 예쁜 밥 먹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파리풍 빈티지 느낌의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커피류와 디저트류는 물론이고 토스트, 샐러드, 파스타 등의 브런치 메뉴 라인업도 잘 갖추고 있다. 나는 샌드위치 세트 메뉴에 있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여기 에이드가 말도 안 되게 영롱한 비주얼을 자랑하니, 이왕이면 예쁜 데서 예쁜 음료도 마시고 싶다면 참고할 것. 사진이 잘 나와 인기가 많은 창가 쪽 좌석은 똑바로 앉아있을 수가 없는 구조라 먹는 내내 너무 불편했다는 게 유일한 단점. 


9. 공릉 셰이드커피바 


흔한 K-다세대 주택의 반지하가 이렇게나 멋질 일인지. 대낮에 갔는데도 살짝 어둡고 톤 다운된 분위기가 풍겨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던 쳇 베이커의 음악과도 잘 어울렸고. 재즈 음악과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좋아하는 듯한 주인의 취향이 짙게 묻어나 있다. 커피와 술 둘 다 찰떡인 분위기에서 고민 끝에 라임 하이볼을 주문했고 결과는 대만족. 혼자서 낮술 하며 조용히 책 읽거나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아늑한 아지트 같은 멋진 카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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