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의 월말 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1월에 읽은 책
• <모든 것이 되는 법> - 에밀리 와프닉
- 제목부터 거창한 이런 자기 계발서로부터 위로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뭘 하고 살아야 할까 고민되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읽어보면 좋겠다. 굳이 모두가 다 전문가일 필요는 없구나, 나는 다능인 (multipotentialite)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이 작은 깨달음이 고민을 타파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커리어 고민이 많은 딱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그 외 시간에 다른 관심사들을 추구하는 '아인슈타인형'으로 살아야 하는 건 분명하다. 즐거움, 충분한 수입, 여가 시간이라는 세 조건을 모두 갖춘 현 직장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직업인 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작년에 한 일을 올해에도 내년에도 쭉 한다고 생각하면 왜 이렇게 답답한지가 고민이었는데, 바로 그다음 챕터에 답이 있었다. 바꿀 시기를 아는 법. 다능인은 일이 어려워질 때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쉬워질 때 그만둔다고, 외부에서는 '그만두는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 본인에게는 '마무리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내가 변화를 갈망하는 건 한 가지를 진득하게 파고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번 판은 이 정도 했으면 된 것 같고 다음 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다음 판은 뭐가 될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당신이 하는 일이 곧 당신은 아니다. 변화는 당신의 정체성을 파괴하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심지어 직업이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전부다."
"최고가 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항상 당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만약 가끔 스스로가 의심스럽다면 당신이 잘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받아들여라."
•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황선우
- 팟캐스트 '시스터후드'를 통해 이 책을 먼저 접했을 때, 사실 제목이 '(일을)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라는 의미라는 걸 듣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일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건 어떤 용기 있는 선언에 가깝다고 느꼈다. 회사 생활을 20년이나 했던 사람이 이제 조직 밖에서 자기만의 일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나에게 용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40대에도 지금처럼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는데, 꼭 회사 소속이 아니어도 계속 일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일할 때의 나는 일을 하지 않는 나보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믿으니까, 나도 가능한 한 오래 일하는 어른이고 싶다.
"강해지기 위해 혼자 두터운 갑옷을 걸칠 수도 있지만, 세상과의 작은 연결 고리를 늘려서 단단해지는 방식도 있다."
"나는 이기고 지는 걸 떠나는 법, 잘하지 못하는 채로도 계속하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하지만 큰 번거로움에 큰 재미가 따르는 일이다. (중략) 넓어진 활동 반경, 언제든 혼자 움직일 수 있다는 자유로운 감각은 스스로 강해진 느낌을 주기도 했다."
• <나의 수치심에게> - 일자 샌드
- 나의 정신적 지주 일자 샌드 선생님 이름 넉 자만 보고 고른 책. 사실 '수치심'은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은 아닌데, 이 책에서 말하는 'shame'은 타인에게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 아쉬움, 눈치 보임 등을 전반적으로 일컫는 것 같고 그런 거라면 나도 해당될 수밖에. 뻔한 내용일 수 있겠지만 자존감과 자기감이 굳건하면 수치심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는단다. 그 자존감과 자기감은 물론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타인이 나를 사랑으로 대할 때 자라난단다. 사람은 혼자만으로는 살 수 없다, 타인과의 감정적 지지와 교류가 중요하다는 걸 이렇게 또 한 번 깨닫는다.
"감정과 관련해 ‘버틴다 (hold on)’라는 표현은 ‘거리를 둔다 (hold off)’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감정을 멀리하고 그런 감정이 나에게서 떨어져 있도록 거리를 두는 것이다."
"내가 수치스러워하는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점차 더 큰 내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나에 대해 나쁜 생각이 들고 속상하다면 아마도 나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나빠서가 아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새로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당신은 자칫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마음속의 그늘진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우리의 성격에 미묘하고 다채로운 영향을 주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재능을 이끌어 낸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당신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정서적으로 더욱 깊이 공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여신은 칭찬일까?> - 최지선
- 여돌 노래에는 왜 응원과 위로의 가사가 많을까? 여돌은 왜 교복을 자주 입을까? 왜 창작하는 여돌은 드물까? K팝의 열렬한 소비자로서 한 번쯤 궁금해하고 아쉬워하긴 했지만 깊게 생각해보지는 못했던 문제들을 탄탄하게 파고든다. 모든 K팝 관계자들이 이 책을 한 번씩 읽어보고 문제의식을 가져보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이돌 수 십 팀의 타이틀곡, 수록곡, 뮤비, 자컨, 출연 예능 프로그램까지.. 방대한 참고 사례에 놀랐다. 역시 평론가와 덕후는 레벨이 다르구나 싶었던.
• <독립은 여행> - 정혜윤
- 전부터 작가의 SNS를 팔로우하며 퇴사와 독립 과정을 쭉 지켜봐 왔었고, 이 책을 통해서는 소소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보는 듯했다. 내가 상상 속에서 그렸던 것과 매우 비슷하게 집을 꾸미고 1인 가구 생활을 하는 모습이 대리만족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왜 용기를 못 내고 있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언제까지 남의 인생을 부러워만 할 텐가.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란다.
"현재의 환경에서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명확한 증거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자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행복의 모양은 삼각형> - 양주연
- 작가의 SNS를 보고 태어나 처음으로 등산이라는 게 꽤 재미있어 보인다고 생각했고, 더 깊은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어보니 산이라는 존재가 최근 그의 삶 한가운데 아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생긴다. 몸의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키워주는 운동이자 취미이자 일상.
1월에 즐겨들은 음악
• 태연 정규 3집 선공개곡 'Can't Control Myself'
- 아니, 올해의 노래가 1월부터 나와도 건지? 덤덤하게 처연한 망가짐과 아픔의 정서 너무 좋다. 특히 뮤비를 보면 곡의 울림이 100배가 되는데,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을 잊을 수 없고, 보고 또 보고 싶어 진다. 남녀 간의 사랑으로 읽히기도 하고, 연예인으로서 대중 앞에 서는 본인 심정 같기도 하고, 어떨 땐 본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체념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데뷔 15년 차 가수가 이렇게 꾸준히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매번 색다른 장르를 소화한다는 점이 참 좋다. 질리거나 나태해질 틈이 없는 덕질 늘 새로워 짜릿해.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나의 영원한 최애 가수, 우리 언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 웬디 '공항로 (Prod. 검정치마)'
-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이 노래 들으면 세상에서 제일 사연 있는 사람 된다. 특히 내레이션 부분 극락.
• 케플러 'WA DA DA'
- '걸스플래닛' 원픽 김다연 때문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데뷔 콘텐츠들 챙겨보고 있는데, 프로그램의 국내 흥행도가 저조했던 것 치고는 꽤 괜찮은 팀으로 성장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데뷔곡 '와다다'는 좀 유치하지만 쉽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멤버들이 라이브를 잘해서 호감이고 무대 보는 맛이 있다.
• 그리고 요즘 뜬금없이 다시 찾아 듣고 있는 옛날 노래들
- 디베이스 'Good Life', 케이팝 '영화처럼', 트레이 '멀어져', 백현 'Love Again', M(이민우) '없게 만들어요'
1월에 본 영화와 드라마
• 일본 NTV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 (2021)
- 예상 평점 5.0이라길래 의심하는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가 울다 웃고를 반복하며 결국 진짜 별 5개를 줘버린 뜻밖의 명작. 계속 꿈을 좇을지 아니면 이제 그만 현실과 타협할지를 고민하는 청춘이 전자가 아닌 후자를 선택하는 결말이 이렇게 감동적일 줄은 몰랐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듣고 자라왔지만 정작 내가 처한 현실에서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오히려 "그만하는 게 모두 부정적인 일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라는 콩트 대사가 훨씬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나도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 지나고 보니 다른 누구의 잘못이 아니었다. 일과 나를 동일시 여기며 이 일이 잘못되면 세상이 끝나는 거라고 여겼던 나의 어린 생각 때문이었다. 뭐 하나에 과하게 몰입해서 나를 갉아먹는 것보다는 다양하게 경험해보며 좋으면 더하고 안 맞으면 그만두고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게 낫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서른이 넘은 맥베스와 나카하마 자매는 지금쯤 어떤 결론을 내리고 살고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내가 열심히 해서 이런 걸까? 열심히 한 방법이 잘못된 걸까?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도 열심히 하는 게 무서워서 대충 할 수 있는 건 대충 하고 있어요. 열심히 하다가 상처받는 게 무서워서.. 쓸쓸해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억누르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쪽을 선택한 적도 없었으니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수가 나오는 게 가장 위험하대. 가만히 있으면 좋을 일이 없대."
"과거의 노력을 보상받는 일이 있다고 느끼니까 열심히 했던 과거의 나를 처음으로 긍정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인생을 그렇게 적당하게 정해도 되나요?" /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 hulu 오리지널 드라마 <돌페이스> (2019)
- 한 남자랑 오래 사귀다 헤어지고 모든 관계를 잃게 된 여자가 그동안 연애 때문에 소홀히 대했던 여자 친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는 이야기. 친구들끼리 서로를 아끼면서도 괜히 눈치 보고, 언성 높여 싸우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제일 먼저 나타나 지켜주는 모습이 공감도 되고 보기에도 훈훈했다. 최근 본 드라마 중 연출이 가장 신선했는데,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장치들이 신박했고 가끔 어이없게 과장하는 대사 같은 것들이 소소하게 웃겼다. 여기 PD-작가진 정말 천재 같음.
"어떤 상황을 바꾸려면 혼돈을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어. 너의 안전지대에 폭탄을 던져서 모두 산산조각 내야 해. 그 방법밖에 없어."
"그래, 조언은 구해놓고서는 네 마음대로 하는 거야"
• 미국 영화 <페어웰> (2019)
- 할머니 뵈러 가기 전날 밤, 혹시 이걸 보면 나도 할머니라는 존재가 좀 애틋해질까 싶어서. 근데 별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동양에선 한 사람의 삶은 자기만의 것이 아니야"라는 대사에 뭐가 얹힌 듯 속이 꽉 막혔다. 역시 유교 문화는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우리 모두 서로를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면 안 될까 싶고.
• 프랑스 영화 <싸커 퀸즈> (2019)
- 여자들끼리 똘똘 뭉쳐 축구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재미있었을 텐데, 이들을 무시하고 방해하는 남자 캐릭터들의 언행이 너무 불쾌하고 억지스러워서 감동이 피어날 틈조차 없었다. 여자가 축구하는 게 그렇게 못마땅한 일이야? 아내 훈련 가면 자기 혼자 육아한다고 삐치는 남편부터 여자팀 용납 못한다며 경기장 밀어버리는 후원자까지 하나같이 치졸하고 이기적이다. 방해꾼들 말고 주체가 되어 필드를 뛰는 여성 선수들의 서사를 조명해줬다면 훨씬 좋았을 영화다.
1월에 인상 깊게 본 콘텐츠
• tvN 예능 <엄마는 아이돌>
- 한때 잘 나갔던 가수들이 출산과 육아로 긴 공백기를 가졌단 이유로, 요즘 아이돌 기준으로 실력을 재평가한다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여섯 명의 엄마들이 한 팀으로 뭉치면서부터 매주 응원하는 마음으로 챙겨보고 있다. '우아힙'도 기대 이상. 특히 한동안 잊고 살았던 원더걸스 선예를 다시 봐서 반가웠고, 여전한 노래·춤 실력에 괜히 감동했다. 중딩 때 MTV 원더걸스 데뷔 리얼리티에서 연습생 리더 민선예 언니 너무 좋아했었고, 마마돌에서 예전 모습 보여줄 때마다 그때의 어린 나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삶의 모든 선택은 선택하고 나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이 좋았던 선택인지 안 좋았던 선택인지 결정이 되잖아요. 자기가 내린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고 싶었을 거예요."
• 티빙 오리지널 예능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2>
- 뇌 비우고 싶을 때 보기 좋은 프로그램 1위 놀토, 2위 아받대. 시즌2에는 회차별 게스트와 술 PPL이 있어 텐션이 더 높아진 듯. 나 진짜 딱 하루만 데뷔해서 아받대 출연하고 간식게임 해보고 싶어..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
- 이렇게 대놓고 외모지상주의적인 헤테로 짝짓기 프로그램, 그만 봐야 할 걸 알면서도 솔직히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네. 뇌에 힘 한 주고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좋음. 겹치는 캐릭터 없이 출연진 섭외도 다양하게 잘한 것 같고 (차현승 씨 너무 설레요..) 홍진경을 비롯한 패널들 과몰입 심한 것도 소소하게 웃겨 재미를 더했다.
• 유튜브 '원지의 하루'
-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 잘만 다니는 여행 크리에이터들 보면 솔직히 박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우연히 알고리즘에 흘러들어온 이 분은 결이 좀 다르다. 나 잘났지? 부럽지? 하는 보여주기 식 여행이 아니라, 굳이 더 힘든 길을 택하고 돌발 상황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는 찐 리얼리티 여행. 태국 갔다가 아이슬란드 갔다가 인도라니.. 저 일관성 없는 루트도 너무 신선하고, 매사에 세상 체념한 듯한 말투도 재미있고, 굳이 별로인 걸 애써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한 성격도 마음에 든다. 건강하게 안전 여행 많이 하셨으면.
• 유튜브 '딩동댕보건실'
- '딩동댕대학교'의 스핀오프, '금쪽 상담소'의 MZ 버전(?)이라고 할까. 게스트들의 고민이 좀 더 요즘 젊은이들이 공감하기 쉬운 소재인 것 같고, 상담 선생님이 인형 탈을 쓰고 있으니 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너무 진지해지려고 하면 틈틈이 드립 쳐주는 붱철의 센스도 대단. EBS 혹시 이 글 보고 있으면 고장쌤 굿즈 좀 내주세요. 선인장 덕후로서 참을 수가 없다. 저 얼빵한 표정의 선인장 인형 당장 내 손에 넣고 싶어!
1월에 한 문화생활
• <데이비드 슈리글리전: Exhibition>
- 내가 좋아하는 데이비드 슈리글리. 본인 스스로도 "예술가의 특권은 아무거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진짜 아무 말이나 하는데, 참 별 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위트 있고 소장하고 싶은 매력이 있다. SNS 더 활발히 해주시고 굿즈 많이 내주셨으면.
1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 장사도 게장백반의 게장 정식, 여수에서 고흥 넘어가는 길에 이름 모를 식당에서 먹은 우럭 매운탕
- 흑돼지제주정의 흑돼지와 고사리, 당케올레국수의 보말칼국수, 식당 마요네즈의 마요네즈 필라프
1월에 마신 카페
1월에 있었던 일들
-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실컷 보고 왔다. 새해 첫날 인천 정서진에서 일몰을 보고, 가족들과 거제-고흥-진도, 친구들과 제주 두 차례의 2박 3일 휴가를 다녀왔다. 바다는 봐도 봐도 좋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머리가 시원해지고 가슴이 뻥 뚫리면서 스스로 정화되는 기분을 느낀다.
특히 태어나 처음 가본 거제도 바다의 풍경이 너무 황홀하게 아름다워 잊히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고?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역시 가족들과 함께하면 나 혼자서는 절대 가보지 않았을 새로운 곳들을 접하게 된다. 운 좋게 좋은 숙소에 당첨됐을 뿐인데 딸 덕분에 이런 데에 와본다고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던 게 뿌듯했고, 바빠서 자주 못 보는 동생과도 모처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반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는 이제 뭐 거의 우리 동네처럼 편한 느낌. 조용히 혼자 생각 정리하며 보낸 첫날의 흐린 바다도, 친구들과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놀았던 새파란 바다도, 떠나는 날 아쉽게 비 내리던 바다도. 너무 행복해서 그랬을까. 그냥 언제든 이런 날들이 또 있을 거라는, 우리가 함께할 제주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게 이상하게 안심이 되어줬다. 새해 첫 달을 바다로부터 위안을 받으며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 지독한 커리어 고민으로 꽉 채운 한 달이었다. 아직도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딘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으로 날 데려가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찝찝한 선택은 하지 않는 것으로 1차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뭐가 됐든 일에 변화를 주고 고인물이 되지 않는 것이 올해 목표였으니까. 어떤 도전을 해볼 건지는 이제 차차 고민해보자.
- 휴가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매주 주말마다 약속이 있어 코로나 이후 최고로 외향적인 한 달을 보냈다. 사람들 만나고 오면 기가 다 빨려버리는 극내향인이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래오래 만나고 싶다.
1월의 베스트 모먼트
1. 거제도 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노을 바다
2. 제주도에서 온전히 혼자가 된 자유를 느낀 순간
3. 그리고 그다음 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오랜만에 밤새도록 말을 진짜 많이 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