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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Dec 26. 2021

2021년,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하여

"이만하면 잘 살고 있다" 2021년 연말 결산

올해의 콘텐츠
* 올해 출시 작품이 아닌, 내가 올해 본 작품 기준

올해의 예능 - 엠넷 <스트릿우먼파이터>,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올해의 드라마 - <볼드 타입 시즌 1~3>, <가족의 형태>, <스캄 프랑스 시즌 4~6>

올해의 영화 - <소울>

올해의 다큐멘터리- <60세 미만 출입금지>

올해의 책 - <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1가지 비밀>,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올해의 팟캐스트 - 비혼세, 빅 리틀 라이프

올해의 유튜브 채널 -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hongsi 홍시

올해의 과몰입 -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올해의 인물 - 스우파 리더즈

올해의 유행어 - "다른 사람 잘 모르겠고, 우리가 제일 잘했고 우리가 제일 멋있었어. 그럼 된 거야!”


올해의 K팝

• 올해의 K팝 TOP 10

    aespa - Next Level

    DAY6 (Even of Day) - 뚫고 지나가요

   온앤오프 - Beautiful Beautiful

   오마이걸 - Dun Dun Dance

    Seori - Dive with you (feat. eaJ)

   백예린 - Antifreeze

   이달의 소녀 - PTT (Paint The Town)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트와이스 - The Feels

   아이브 - ELEVEN

• 올해의 앨범 - 샤이니 정규 7집 <Don't Call Me>

• 올해 제일 많이 들은 노래 - DAY6 '둘도 아닌 하나'

올해의 가사 - "희망이 떠오르면 절망은 저무니까 기쁨만 기억하고 살자 우린" (DAY6 (Even of Day) - 우린),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 (아이유 - 에필로그)

올해의 커버  - 샤이니 '이름에게' (아이유의 팔레트)

올해의 안무 - aespa 'Next Level'

올해의 퍼포먼스 - 홀리뱅 'Energy', 라치카 'Born this Way' (스트릿우먼파이터)


올해의 인풋

올해의 여행 - 많이 웃고 떠들었던 6월 제주도 여행

올해의 외출 - 노랑노랑했던 10월 말 서촌 나들이

• 올해의 풍경 - 7월의 영양 자작나무 숲, 10월의 양화 한강공원  

올해의 카페 - 취향의섬, 버터하우스, 식캣사인

올해의 소비 - 샤오미 미스케일2, 애플워치

• 올해의 음식 - 포케, 샤브샤브  

올해의 간식 - 머드스콘 데이츠솔트오트밀바, 오뚜기 크림스프맛 베이글칩

올해의 술 - 칭따오 논알콜 맥주


올해의 아웃풋

올해의 도전 - 조직장 발령

올해의 글 - 업테이블 연재 <이슐랭 투스타>

올해의 꾸준함 - 식단관리와 운동 기록

올해의 자극 - '골때녀'와 '스우파' 속 여성들의 노력, 야망, 팀워크

올해의 터닝포인트 - 풋살 시작

올해의 재미 - 드럼 배우기

올해의 행복 - 반복되는 일상에서 불안함보다 안정감이 크게 느껴졌던 순간들


나에게 2021년은

# 일

- 새로운 부서로 이동해서 아무것도 없는 터에 하나하나 체계를 잡아가고, 불가능해 보이는 요청이 들어와도 어떻게든 솔루션을 찾아내기의 연속이었던 올 한 해.

- 어느 날 갑자기 조직장이 되었고, 마음의 준비를 채 하기도 전에 너무 큰 부담감과 책임감을 떠안게 됐다. 솔직히 초반 두세 달은 말 그대로 절망적이었으나, 그래도 이 정도면 금방 적응하고 자리 잡은 거라고 위안해 본다. 이제는 조직에 어떤 일이 생겨도 멘붕하지 않고 다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 일로 만난 사람들 때문에 감정 소모가 너무 심했던 건 아쉽다. 그래도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나는 pro니까..


# 사이드프로젝트

- 월말 결산 '월간 이리터'와 카페 기록 '지도 위에 별표'는 꾸준히 썼지만, 내 생각을 담은 자유 형식의 에세이는 도저히 못 쓰겠더라. 감히 제2의 김혼비 작가를 꿈꾸며 여자 축구 에세이를 써보고 싶었지만 실패.

- 감사하게도 업테이블에서 제안을 받아 '이슐랭 투스타'라는 시리즈를 연재했다. 다시 쓰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움이 좀 남지만, 처음으로 내 글을 내 계정이 아닌 외부에 발산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 연재를 계기로 비로소 '이리터'라는 부캐, 브런치에만 꽁꽁 숨겨뒀던 나의 딥한 자아를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됐다. 보정된 인스타 사진 이면에 사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고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 일상

- 계속되는 재택근무로 집에서(만) 보내는 일과에 완벽히 적응했고, 출퇴근에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일이 일하고, 요리하고, 밥 먹고, 운동하고, 콘텐츠 보고.. 의 연속이었고, 그게 썩 싫지만은 않았다. 일, 셀프 돌봄, 취미/여가의 밸런스가 잘 맞았던 루틴이었다.

- 새로운 친구를 만들진 못했지만, 몇 년 만에 만난 옛 친구들과도 얼마든지 다시 현재와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대체로 불안하고 때때로 우울했던 작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 이제 여러모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걸 느낀다. 매일이 재미있을 순 없지만 그래도 헛되이 보낸 날은 없었고, 내일은 뭐 할지, 몇 달 후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내가 되어 있을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 취미  

-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데에는 축구의 공이 컸다. 마음의 준비 없이 충동적으로 새로운 일에 뛰어든 건 처음이었는데, 우선 시작하고 보길 참 잘했다 싶다. 잘하든 못하든 매주 한 번씩 밖에 나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몸을 움직이고, 아직 내 안에 살아있던 승부욕을 자극해주고, 함께 땀 흘리는 여성 동료들과의 팀워크를 느끼는 경험들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 축구처럼 굳이 잘하지 않아도 되는 일, 실수하고 실패해도 괜찮은 일을 해보며 한 번씩 초보가 되어보는 경험이 삶을 리프레쉬시켜준다는 걸 깨달았다. 전부터 막연히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만 했던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잘하고 싶어 스트레스받는 마음이 자꾸 튀어나오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자존감 지킴이가 되어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즐거움에 집중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 콘텐츠

- 올해 60권의 책을 읽었고, 25편의 영화, 24편의 드라마, 36+a편의 예능을 시청했다.

- 매일 밤 10시부터 일과 일상으로부터 완전히 로그아웃하고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보는 시간을 가졌고, 운동하거나 산책할 때 항상 팟캐스트를 들었고, 카페 가면 꼭 책을 읽고, 쉬는 시간에는 늘 유튜브, 인스타, 트위터를 손에 달고 살았다. 올 한 해 소비한 콘텐츠들 덕분에 내 삶이 좀 더 재미있어지고 풍요로워졌다.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골때녀', '슈퍼밴드2' 덕분에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앞으로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오길.


# 건강

- 올해 제일 잘한 일. 작년에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고 충격받아, 좀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너무 빡세게 하면 금방 포기해버릴까 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꾸준히 8kg 정도를 감량했고, 체중은 미피트 앱, 식단과 운동은 인스타 부계정에 거의 빠짐없이 매일 기록했다.

- 식단 관리를 하면서도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대체 식품을 적극 활용했고, 끼니마다 단백질과 야채를 챙겨 먹는다. 덕분에 요리 실력도 늘었고, 내일은 또 뭐 해 먹을까 하는 고민이 일상에 소소한 재미가 됐다. 아 물론, 정신 건강을 위해 진짜 먹고 싶은 건 그냥 즐겁게 잘 먹는다. 술도 빠질 수 없고.

- 운동은 정말 꾸준히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고, 점점 재미를 붙여서 이젠 억지로가 아니라 좋아서 하고 있다. 혼자 홈트만 하다가, 풋살을 시작하고 매주 한 번씩 체력과 멘털이 탈탈 털릴 지경으로 극한의 맛을 본 게 계기가 됐다. 그새 체력이 늘은 건지 어린 시절 천식으로 인한 달리기 트라우마도 극복하여 밤마다 러닝 하며 짜릿함을 느꼈고, 최근에는 근력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인터벌 트레이닝 그룹 PT를 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2022년은

작년 연말 결산에서 바란대로 올해는 내가 나를 지키며 내 삶을 살아내는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해냈다. 이제 내면이 제법 단단해졌으니, 내년에는 외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필요한 힘을 스스로 갖춘 '진짜 어른'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자.


- 내년이면 벌써 8년 차, 그동안 많이 해봤고 이미 잘하는 업무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로도 커리어를 넓힐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고인물이 되긴 싫으니 직군을 바꾸거나 직종을 바꾸거나, 둘 중 하나는 꼭 도전해보자.

- 재택근무 끝나면 출퇴근으로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 운전의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겁 나지만 언젠가는 한번 부딪혀야 할 일이니까 용기 내어 연수받고, 초보운전자가 끌만한 중고차 한 대 장만하자.

- 나 32살이에요, 오케이? 본격적으로 주거 독립을 준비해야 할 나이.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내 집 마련하고 싶으면 정신 차리고 재테크, 돈 관리 공부하자.

- 식단 관리와 운동 습관은 계속 유지할 거다. 근력을 더 키워 균형 잡힌 몸을 갖고, 안 해본 운동도 다양하게 경험해보는 운동짱짱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크로스핏, 테니스, 복싱 도장깨기 간다.


+)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는 부디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서 해외여행을 꼭 한번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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