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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Dec 31. 2020

2020년, 행복을 바랐던 나는
과연 행복했던가

2020년 연말결산

올해의 콘텐츠
* 올해 출시 작품이 아닌, 내가 올해 본 작품 기준 

• 올해의 책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센서티브

• 올해의 영화 - 찬실이는 복도 많지, 우리들

 •  올해의 드라마 - NEWS ROOM 시즌1 , YOUNGER 시즌 1~6, 상견니

• 올해의 예능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시즌3, Mnet 달리는 사이

• 올해의 웹예능 - 문명특급톡이나 할까시켜서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 올해의 연예인 - 이효리, 린다G, 천옥 

• 올해의 예능인 - 제시, 재재, 이영지 

• 올해의 유튜브 - 집꾸미기디에디트 라이프, YOUNG ONE 

• 올해의 팟캐스트 - 비혼세 : 본격 비혼라이프 가시화 방송, 시스터후드 

• 올해의 뉴스레터 - 캐릿


올해의 K팝

• 올해의 노래 TOP 10 - 아이유 'eight(에잇)' / DAY6 'Love me or Leave me' / 방탄소년단 'Dynamite', NCT 127 '영웅' / NCT U 'Make a Wish' / 스트레이 키즈 '神메뉴' / 환불원정대 'DON'T TOUCH ME' / 박진영 'When We Disco' (Duet with 선미) / 유아 '숲의 아이'/ TWICE 'I CAN'T STOP ME'

• 올해의 뮤직비디오 - NCT 127 '영웅 (英雄; Kick It)

• 올해의 퍼포먼스 - 태민 'Criminal

• 올해의 안무 - 레드벨벳-아이린&슬기 '놀이 (Naughty)

• 올해의 안무 영상 - ITZY 'NOT SHY' Stage Practice  

• 올해의 커버 무대 - 온앤오프 'It's Raining', 고아성 이솜 박혜수 '왜 그래'

• 올해의 최애들 - DAY6 영케이, 소녀시대 태연, ITZY 류진, NCT 샤오쥔


올해의 인풋

• 올해의 여행 - 엄마와 함께한 2박 3일 부산 여행 

• 올해의 외출 - 삼청동-팔판동-북촌 (5월), 성신여대-정릉-낙산공원 (10월) 

• 올해의 카페 - 더모놀로그하우스, 비비비당

• 올해의 산책길 -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낙산공원 서울성곽길 

• 올해의 소비 - 모니터, 왓챠·넷플릭스 정기 구독

• 올해의 공연 - 태연 콘서트 'The UNSEEN' 

• 올해의 모임 - 빌라선샤인 뉴먼소셜클럽 '더 잘하고 싶은 사람들의 인정 모임' 

• 올해의 음식 - 큐뮬러스 샌드위치, 크로플 

• 올해의 술 - 홉하우스 13 라거 


올해의 아웃풋

• 올해의 글 - 뉴욕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까 브런치북 발행 

• 올해의 취미 - 온라인 원데이 공예 클래스 뿌시기 (목공 선반, 썬캐쳐, 마크라메, 라탄 등)

• 올해의 꾸준함 - 작심삼일클럽 

• 올해의 자극 - 인턴 멘토링 

• 올해의 터닝포인트 - 재택근무의 일상화 

• 올해의 재미, 설렘, 행복 등 작년 결산에 썼던 것들 - 그런 거 하나도 없었어.. 


나에게 2020년은 어떤 한 해였는가 

# 일상

- 올 한 해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전 세계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이 무너져버리고, 그로 인해 두렵고 슬프고 아쉬운 일들이 가득했다.

- 내 삶에 아주 중요한 원동력이자 자극이 되어줬던 여행이 없었다. 여행이 아니라면 일과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뭘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몰랐고,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분출하지 못하고 고여만 있으니 점점 병들어가는 것 같다.

- 외출을 거의 안 하고 집에만 있는 삶에 너무 익숙해졌다. 이게 몸은 편하지만, 내 활동 반경이 극도로 한정된 게 피부로 와 닿을 때마다 조금 서럽기도 했다. 일하고 놀고 쉬고 자는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 작은 방 안에서 보내는 게 가끔은 답답해 미쳐버릴 것도 같다. 나 생각보다 집순이 아니었나 봐..


# 일 

- 회사에 출퇴근한 기간보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한 기간이 훨씬 더 길다. 초반에는 비대면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거에 상처도 받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는데, 결국 적응해냈다. 이제는 집에서 일하는 게 훨씬 집중도 잘 되고,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방법도 찾은 것 같다.

- 올해에도 역시 일복은 터졌고, 조직 개편과 겸직 폭풍 속에서 나는 몸이 두 개 인 것처럼 일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일 이렇게 시킬 거면 연봉이라도 좀... 

- 연차가 쌓이면서 당연한 거겠지만, 올해 들어 유독 '나 더 이상 주니어 아니구나'라고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다.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했고, 여전히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은 유효하다. 


# 콘텐츠

-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세상 좋아져서 방 안에서 전 세계의 좋은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올해 총 20편의 영화와 13편의 드라마를 봤다. 원래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고, 외국 드라마는 본 적도 없었는데 이제 그 재미를 제대로 알아버렸다.

- 올해 총 60권의 책을 읽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난독증이 아닐까 스스로 의심할 정도로 글을 읽는 게 힘들었는데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다.

- 반면 글을 쓰는 건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 타입이라 뉴욕 여행기까지는 마무리를 하고, 또 꾸준히 하는 거 제일 잘하는 타입이라 카페 글과 월말 결산 글은 꼬박꼬박 쓰고 있는데. 그 외에 내 생각이나 감정을 깊게 담아야 하는 글은 쓰고 싶지만 도저히 써지지 않아 포기한 적이 많다. 


# 마음 

- 사실 가장 힘들었던 건 매일 혼자 견뎌냈던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 

- 상담을 받으면서 내 안에 자리 잡은 불안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잠깐 스쳐 지나갈 뿐인 이들에게서 받는 상처에 무뎌지는 방법을 깨우쳤다.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내 인생에 한 번쯤은 필요했던 시기였다.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한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걸 느끼는 거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 그런데 여전히 너무 외롭다. 나는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지만 가끔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속 깊은 대화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고도 싶은데.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나 혼자 주저하게 된 관계들이 많아졌다. 외로울 때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방법도 까먹었다. 

- 이럴 땐 망할 코로나 탓을 해보자. 올해 따로 약속 잡고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난 횟수가 손에 꼽는다.

- 다른 사람들을 못 만나니 함께 사는 가족들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졌다. 너무 붙어살아서 그런가, 처음으로 가족의 새로운 면도 봤다. 불 같은 성격의 아빠와 동생은 의외로 마음이 약하고, 조용한 엄마와 나는 의외로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 가족을 사랑하는 건 사랑하는 거고, 이제는 정말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때라고 느낀다. 3년 안에 반드시 독립하고 만다. 


# 나이와 가치관 

- 서른이라는 걸 잊고 살았는데, 귀신같이 내 생일이 있는 가을 무렵부터 몸의 변화가 시작됐다. 밖에 나가면 급격히 피곤해지고 체력이 달려서 일찍 집에 가고 싶어 지는 건 기본이고. 뭐가 묻은 줄 알았던 반짝이는 머리카락은 말로만 듣던 새치였고, 알러지인 줄 알고 열심히 비벼댔던 눈가에는 돌이킬 수 없는 주름만이 남았다. 

- 생각해보니 이전에는 나이 든 나를 상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이는 한 살씩 먹어가지만 여전히 젊은 사람에 속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30대의 나, 40대, 50대, 60대의 내 모습을 이제야 처음으로 그려보고 있다. 

-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 같은 고민이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나와 맞다고 생각하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올해에는 빌라선샤인의 뉴먼들과 여성의 시각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들을 통해 자극받고, 위로받고, 마음으로 연대하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다. 미래의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2021년에 바라는 것 

매년 연말에 내년의 목표를 하나의 키워드 내지는 문장으로 정해두는 편이다. 20대의 마지막이었던 2019년에는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지금 닥치는 대로 경험하자', 그리고 새해를 맞기 직전에 큰 위기를 겪었던 2020년에는 다 필요 없고 그냥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썼다. 그런데 2019년에는 일이 너무 바빠서 여행을 한 번 밖에 못 갔고, 사람들도 많이 못 만났다. 2020년에는.. 위에도 썼듯이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참 먼 한 해였다.


바라는 대로 안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2021년을 앞둔 이 시점에 또 한 번 내년의 키워드를 고민해봤다. 바로 '지속 가능한 삶'. 아무래도 코로나가 쉽게 안 끝날 것 같고, 코로나로 변해버린 우리의 삶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젠 어떤 일이 닥쳐도 꿋꿋하게 내가 나를 지키며, 내 삶을 살아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큰 성공이나 엄청난 행복 같은 거 바라지 않으니, 그저 무탈하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미래에도 나는 내 자리에서 나의 일을 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 이번에는 꼭 이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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