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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퍼 Feb 17. 2022

주니어가 '일잘러' 소리 듣는 법

이것만 따라하세요 (물론 저도 잘 못합니다만..)



나는 입사와 동시에 일 잘한다는 말을 지독하게 듣고 싶었다. 그래서 입사 1년차의 목표를 <'잘 뽑았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주니어 되기>로 설정하기도 했다.

벌써 햇수로 입사 3년차가 된 지금, 나름대로 굴러본 경험을 통해 '주니어 일잘러'가 되기 위해 어떤 스킬들이 필요한지 정리해봤다. (물론 나도 매번 다 지키진 못하지만..)



주니어들 중에서도 특히 이런 분들께 이 아티클을 추천합니다!

✅ 사수 없이 첫 회사를 시작한 주니어

✅ 내가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미치도록 모르겠는 주니어

✅ 일잘러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고 싶은 주니어

✅ 이호퍼가 어떤 방식으로 일에 임하는지 궁금한 주니어



일잘러 소리 듣는 주니어란
어떤 주니어일까?



01. 물어보기 전에 먼저 찾아보는 주니어

주니어의 미덕은 '잘 묻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도때도 없이, 질문의 수위 조절도 없이 닥치는 대로 질문하는 건 '핑프 주니어'일 뿐이다.


일단 질문 전, 사내 DB나 커뮤니티에서 서칭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나의 회사에서는 아지트라는 커뮤니티를 사용하고 모든 문서와 히스토리를 그 곳에 아카이빙하며 관리한다. 그렇기에 검색만 잘 하면 (웬만하면) 사내 정보들을 열람 가능하다. 검색을 잘 하는 법은 쉽다. 우리가 구글 검색 시 하는 것처럼, 찾고자 하는 단어나 게시글을 업로드한 인물을 중심으로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계정 정보나 중요한 이슈 관련된 정보는 담당자가 가장 잘 알 것이므로 다이렉트로 물어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여기서 검색을 추천하는 데이터는 프로젝트의 히스토리나 방향성 등 개괄적인 정보들의 경우다.


키보드만 뚱땅뚱땅 두드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질문한다면 아마도 대답은 같을 것이다. 

"검색하면 나올 거에요."



02. 모르겠으면 꼭! 물어보고 일 진행하는 주니어 (지레짐작 멈춰~!)

그거 아니야.. 제발 물어봐.. 크로스체크 한 번만 부탁해.. 니 쪼대로 판단하지마..

사내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DB나 커뮤니티가 없거나, 찾아도 없거나, 진짜 모르겠거나, 내 판단력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이 들면 최대한 빠르게 물어보는 것이 상책이다. 이전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했듯, '이런 사소한 걸 물어봐도 되나...' '너무 바보같아 보이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질문하기를 미루되는 순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모르는 것은 모르겠다고 말하고, 헷갈리는 것은 헷갈린다고 말해야 일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진행된다. 맡은 일을 끝까지 혼자서 제대로 진행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질문하기를 막는다. 일은 그저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물어보지 않는 것은, 초행길을 초보 운전이 네비게이션도 없이 지레짐작 하며 가는 것과도 같다. 분명 처음에는 옆길을 선택한 작은 실수였겠지만, 나중에는 웬 산꼭대기에 당도해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라. U턴을 해서 돌아갈 수 있는 길에서 제대로 방향을 바로 잡는 것과, 목적지와 100km는 훌쩍 떨어진 곳에서 다시 목적지 설정을 다시 하는 일. 어떤 것이 더 일을 많이 하게 될까?



지독한 주니어.. 이쯤되면 질문도 '잘'하고 싶어진다.


02-1. 그렇다면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어떻게 하는지'가 아니라 '왜 하는지'가 선행하는 것이 좋은 질문이다. '어떻게'와 같은 솔루션을 묻는 질문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대답한다. 사람마다 쌓아온 경험이 다르고 그 일에 대한 해석도 다르기 때문이다.


❌ bad

Q. 저희 지금 돌리고 있는 구좌의 배너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A1. '단가를 높여서 돌려보세요.'
-> '아! 단가를 높여서 돌리면 되는구나.'
A2. '배너 문구를 베리에이션 하세요.'
-> '아! 배너 문구를 베리에이션 하면 되는구나'

주니어 때 이런 방법론적인 솔루션을 들으면 그것이 마치 해답인 양 고착화 되어버리고 만다. "아하! 요 구좌에서는 문구를 바꾸면 효율이 올라가는구나!"라고 생각해버리기 십상이다.


그럴 땐 이렇게 질문해보는 걸 추천한다.

⭕ good

Q. 저희 지금 돌리고 있는 구좌 배너, 왜 하는 건가요? 목적이 뭔가요?
A1. '해당 구좌가 저희 타겟과의 접점이 높기 때문이에요.'
-> '아! 타겟과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 이 구좌를 선택했구나. 그럼 배너 카피도 타겟 맞춤형으로 써야겠다.'

이처럼 '왜'를 질문하면 방향성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은 내 몫이다. 서서히 의존성을 떼고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것 역시 주니어의 몫이다.



03.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히 하는 주니어 (구체적이고 쉽게!)

02-1에 이어서, 제대로 말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는 아주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나와 대화하는 이 사람도 당연히 나와 이해도가 같겠지?'라고 어림짐작하는 것.

나는 귀찮고 귀찮아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여기서 '구체적으로'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해당 업무 요청을 왜 하는지 (궁극적으로 이 업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뭔지)

2️⃣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요청하는지 (R&R 정리는 최대한 명확하게!)

3️⃣ 언제까지 결과물을 받아봐야 하는지 (혹은 내가 언제까지 전달드릴 것인지)


예를 들면 이렇다.

❌ bad

"지표 수집 항목은 PV, UV 해주세요."

개발자 생각)
'말씀주신 메인 페이지에만 지표를 수집하면 되겠지?"

⭕ good

"저희가 지표를 통해 보고자 하는 정보는 '저희 홈페이지에서 어떤 성격의 탭이 유저의 반응이 가장 좋을까?'에요. 이를 통해 앞으로 마케팅 할 꼭지를 잡으려 합니다. 그래서 각 탭 별로 PV, UV, 체류시간과 각 버튼의 클릭수를 수집해주세요. 혹시 수집하면 더 유용할 만한 지표가 있다면 말씀주세요! 페이지 오픈이 한 달 정도 남았으니, 금주 초까지 지표 네임을 정의해서 전달드릴게요!)

개발자 생각)
'아하! 각 탭 별로 유저의 체류시간과 이탈, 반응 등을 살펴볼 만한 지표를 수집하면 되겠구나.' "그럼 혹시 각 버튼 별로 랜딩 되었을 때 제대로 워킹하는지에 관련된 지표도 트래킹 해봐야 겠네요?"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적 솔루션을 제시하면 이렇게.. 될수도..


디자이너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특히 방법론보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자면...

❌ bad

"이 페이지, 헤드카피 폰트 좀 바꾸고 글씨를 키워주세요."

디자이너 생각)
"디자인적인 의도가 있어서 이 폰트를 쓴 건데 폰트를 바꾸는 건 불가해요. 고대로 반영하면, 헤드카피 폰트가 바뀌고 글씨가 커지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져버릴 것 같아요."

⭕ good

"이 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저가 들어와서 헤드카피에 대한 인지와 이해도가 높아졌음 하는 거에요. 하단의 서브카피보다 헤드카피가 잘 보일 수 있는 방향이 있을까요?"

디자이너 생각)
 "아하! 그럼 말씀하신 의도대로 메시지를 잘 보이도록 고민해볼게요."


함께 일하는 사람과 소통할 때는 이처럼 솔루션을 제안하기보다 원하는 방향성과 궁극적인 목표를 명확히 말씀드리는 정도의 수위가 좋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상대의 롤을 정확히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한 마디로, 남의 일인 영역은 건드리는 거 아님!)


구체적이고 쉽게 설명하려다 보니 다소 구구절절 해보여도 어쩔 수 없을 무. 나중에 커뮤니케이션이 꼬이는 것보다 오백 배 낫다. tmi로 구구절절 말하다 보면, 내가 예상치 못했던 좋은 솔루션을 회신주시는 경우도 많다. 왜냐면 그들이 더 전문가니까..!



04. 여러 방향으로 고민해보고 아이디어를 발제하는 주니어

나는 보통 아이데이션을 해오라고 하면 적어도 두 가지 아이디어는 가져가는 편이다. (내 아이디어를 한 가지 방향으로 수렴시키는 것에 서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디어가 안 먹히면 이런 식으로.. 두 번째를 슬쩍 꺼내면서 내 자존심도 지킨다


절대 아이디어를 휘뚜루마뚜루 추가해서 여러 개 가져가라는 뜻이 아니다. 두 가지 아이디어 모두 각자의 다른 장점이 있을 때나 내가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 적어도 내 직감만으로 아이디어를 판단하고 재단짓지 말자는 뜻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두 가지 아이디어 중 내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있어야 한다.

3가지 아이디어까지도 괜찮지만, 보통 그 이상이 되면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고.


만약 두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했지만 아이디어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거나 자신이 없다면, 문서 끝 Appendix로 넣어 논의점으로 남겨두는 것도 추천한다. '내가 이런 방향으로까지 생각해봤는데,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어서 가져와봤다.' 정도를 적극적으로 어필하자!



05.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는 주니어

주니어의 실수 중 하나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나의 실력, 커리어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내가 해낼 수 없는 일을 꾸역꾸역 안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함께 일하는 조직원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내가 못하는 영역의 일이라면 과감하게 상사에게 논의해 높은 연차의 실무자에게 결정권을 넘겨주고, 그 뒤를 빠르게 팔로우업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이것도 못하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리소스 관리는 내가 한다!'는 마인드를 장착해야 한다.



06. 회의록 정리를 잘하는 주니어

회의록 정리를 잘한다는 말은 그저 글을 잘 써둔다는 말이 아니다.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말을 뜻하기도 한다. 회의록의 핵심은 단순히 아카이빙 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이슈와 일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꺼내 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내가 정리한 회의록 중 일부


위는 내가 작성한 회의록이다. 린하고 빠르게 각종 이슈들을 체크해야 하기에 완벽한 문서를 만들기보다는 노션에 빠르게 캐치하는 식으로 작성한다. 대신 주제나 아젠다 별로 섹션을 나눠서 보기 편하게 정리해둔다. 회의가 끝나고 2분 정도 빠르게 회고를 진행하면서 내 의견을 댓글로 덧붙이면 더 좋다.


조금 더 중요한 아젠다가 있어서 아카이빙을 해둬야 하면, 노션에 작성한 회의록을 바탕으로 2차적으로 팀 공유 커뮤니티에 간단한 써머리와 함께 회의록 풀버전 링크를 올려둔다. 이에 관련하여 놓치면 안 되는 히스토리가 있다면, 이전 회의록을 뒤져보고 그에 대한 내용도 함께 정리해두면 좋다.



07. 고여있지 않고 인사이트를 끊임없이 찾는 주니어

학생 때는 직장인이 되면 편안하게 일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실제로는 몇 배는 더 깨어있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일종의 생존 지식 줍줍이랄까...


일을 하다보면 가끔 '레퍼런스'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때가 되어서 급하게 찾으려 하면 막막하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조금씩이라도 개인 공간에 인상 깊은 레퍼런스를 수집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블로그도 좋고 브런치도 좋고, 그도 아니라면 메모장이나 SNS라도 좋다.


나같은 경우에는 회사 업무 커뮤니티에 레퍼런스 창고를 열어 레퍼런스들을 공유했다. (회사 안에서 70명 정도 되는 분들이 팔로우해서 받아보셨다. 지금은 잘 안하지만...) 요즘은 아무도 보지 않지만 인스타그램에 레퍼런스 창고를 열어 혼자 꾸준히 올린다. 번뜩이는 아하 포인트를 잘 정리하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꾸준히 무언가를 보고 익힌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각 잡고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줍줍하자!



08. 일과 나를 분리할 수 있는 주니어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수정요청이 잦은 날도 온다. 그럴 때마다 '왜 나는 이 모양이지...'라며 아이디어와 나를 일치화시키면 자꾸만 나를 좀먹게 되고 우울해진다.

피드백이 많으면 많을수록 왜인지 조금씩 작아지는 주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긴 하겠지만.. 일에 대한 피드백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다.



09. 내 일과 관련되지 않은 이런저런 뜬소문은 그냥 못 들은 체 하는 주니어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귀와 입은 그냥 얼굴에 옵션으로 달려있는 것 정도. 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생활에서든 마찬가지겠지만...

'그 사람이 어떻다더라 저떻다더라'는 얘기를 듣고 나면 괜히 신경쓰이기 마련이라, 일과 관련되지 않은 이런 저런 소문들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 한다. 그리고 절대 그런 소문들로 상대를 내 멋대로 재단하지 않는다.


특히나 함께 자주 일하는 사람에 대한 카더라를 듣고 누군가에게 옮기면, 돌고 돌아 그와는 꼭 껄끄러운 사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한 번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건 그럴 수 있지만, 사람과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는 굳이 긁어부스럼 만들지 말자. 누군가 뒤에서 나의 험담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 모~ 구럴수도 있겠당' 정도로 생각해보라. (우리도 사람인지라 잘 안되겠지만..^_ㅠ)



10. 무엇보다, 주니어는 지루한 일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루한 일은 없다. 물론 QA, CS와 같은 운영업무나 문서정리, 리서치같은 팔로우업 업무에 대해서 한 번 지루함을 느끼게 되면 한없이 지루해져버린다.


오븐에 생지를 넣고 구워지는 그 시간을 견디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코스요리의 셰프가 되겠는가? 모든 프로세스들을 경험해보고 경험치를 축적하는 것이야말로 요리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일의 격>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초급 사원이 아니라 사원이다.
초급 임원이 아니라 임원이다.
초보 원장이 아니라 원장이다.
초보 대표가 아니라 대표이다.
'신입'이나 '초보'라는 이름하에 숨을 이유가 없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세계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프로인 것이고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처음부터 1인분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0.8인분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보자고!'하는 마인드셋이다.


아무튼 뚱땅거려도 뭔가 해보자 이거에요 주녀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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