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라면 응당 잘 해야 하는(?) 카피라이팅
전문 카피라이터가 아니더라도 마케터라면 한 번쯤은 카피를 쓸 일이 생긴다. 런칭할 서비스 네이밍을 고민하거나, 서비스 안에 들어가는 레이블을 검토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의 키메시지를 잡거나, 콘텐츠에 들어갈 작은 한 줄을 쓰는 것까지.. 거의 모든 것이 카피다. (다양한 카피 종류들)
그런데 카피를 쓰는 역량의 경우, 카피라이터가 아니라면 따로 배우거나 물어보기 곤란할 때가 많다. 내가 쓴 글이 어딘가 이상하긴 한데, 어디가 이상한지는 정확히 모르겠는...
대체 내가 쓴 카피는 왜 별로일까?
나 또한 카피를 자주, 잘 쓰는 마케터는 아니지만,, 카피를 쓰면서 답답했던 부분과 저질렀던 실수들을 정리해보았다.
내가 쓴 카피는 왜 별로일까?
마케터라면 응당(?) 트렌드에 빨라야 할 것 같은 인식 때문에, 유행어를 익히는 마케터들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너무 트렌디한 것들'만 좇는다면 카피에 깊이감이 없고 가벼워보인다. 게다가 너무 많이 소비된 유행어라면 유저들의 피로감만 높일 뿐이다.
그나마 유행어의 히스토리와 맥락을 제대로 이애하고 사용하면 낫겠지만,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한다면 오히려 찐팬들에게 눈총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유행어가 시작된 커뮤니티의 찐팬이라면 수위를 잘 조절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좋은 디자인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잘 덜어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디자인에만 '심플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글에도 심플함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 브랜드/서비스를 더 많이 알리고픈 마음은 이해하지만)
콘텐츠 피로도가 높은 유저들에게 모든 메시지가 닿을 것이라고 예측하면 안 된다. 문장이 너무 길거나, 너무 많은 단어들을 사용하거나, 너무 구구절절하면 메시지로서의 성격을 잃을 수 있다. (카피든 키메시지든 레이블이든 마찬가지.)
하고자 하는 말이 너무 많거나, 마케터 스스로도 헷갈릴 때 글이 애매모호해지게 된다. 그럴 땐 '이 카피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한 마디가 뭘까'를 조금 더 본질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UX라이팅처럼 카피라이팅에서도 '잡초 제거'가 필요하다.
참고할 만한 글
카피는 생각보다 말맛이 중요하다. 소리내어 읽었을 때 툭, 하고 걸리는 발음들이 있으면 소리내지 않고 머릿 속에서 읽어도 마찬가지다. 머릿 속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이다. 발음은 물론 운율도 마찬가지, 문장의 구성도 마찬가지. 글 자체의 미감이 뛰어나다고 해서 잘 읽히는 좋은 글이라는 것은 아니다.
잘 써진 카피는 '잘 읽히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그럼 간단하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독자의 문해력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주니어들은 카피를 쓰는 행위가 부끄럽고 그 결과물도 굉장히 부끄럽다. 왜인지 그 글이 내 자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카피를 쓸 때 중간 공유를 하기 부끄러워한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지만) 어딘가 오글거리는 것 같고.. (...)
이렇게 중간 공유 없이 혼자서만 그 글을 붙잡고 있으면 내 생각에 고이게 된다. 자꾸 읽으면 어디가 잘못 되었는지 보이지도 않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 어떻게 해야 카피를 잘 쓸 수 있을까?
마케터는 사실상 잘 둘러보고, 잘 모아서, 잘 활용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녹이 슬어서 다가가기 힘들어진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던 아이가 커서 언어 영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처럼.)
나는 평소에 영감을 얻을 만한 것들을 수집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레퍼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다가 신박했던 카피, 좋았던 마케팅 사례, 영감이 될 만한 일상 속 이야기들을 줍줍한다. 아래는 최근에 봤던 것들 중 좋았던 사례 몇 가지.
01처럼 일상 속에서 리소스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
이럴 때는 카피를 쓰기 전이라도 레퍼런스를 꼭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무에서 시작하려면 엄청 답답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 써둔 카피'를 찾아보거나 '망한 카피' 리스트라도 훑어본다. 그래도 막히면 사전이라도 들여다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질적인 단어들끼리 엮였을 때 독특하고 신박한 카피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카피를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이트들
→ 영단어 동의어 사전 (영어 레이블/네이밍 구상이 필요할 때)
z세대를 저격하고 싶다고 무작정 유행어를 쓴다? (아찔..)
유행어의 어원이나 활용처 등을 모르고 무작정 쓴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
어떤 유행어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 온다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타겟의 페르소나를 잡고, 그 페르소나가 말하는 방식을 차용해보자. 페르소나의 형상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상상하기 편하다.
예를 들어 적용해보면 이렇다.
❌ bad
z세대를 저격할 만한 카피를 쓰고 싶어!
⭕ good
우리 서비스 타겟은 z세대야. 근데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정해져있고, 매일 아침 트위터나 커뮤니티에서 그런 정보들을 수집할 정도로 열정적인 덕후였으면 좋겠어. 아직 사회초년생이라서 회사에서 실수를 자주 하지만 퇴근길에 떡밥들을 회수하면서 소소하게 행복해하는... 그런 20대 초반의 여성? 그런 사람들을 우리 서비스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 어떤 카피가 필요할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말하고자 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카피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딱 한 가지만을 관통해야 한다. 우리 서비스가 너무 좋고, 너무 자랑하고 싶더라도 심플 이즈 베스트. 가끔은 덜어냄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이렇다.
❌ 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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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ui/ux를 통해 처음 써보는 사람도 굉장히 쉽게 사용할 수 있어요.
게다가 최대 n명까지 한 번에 접속할 수 있어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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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구구절절..)
⭕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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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 한 눈에 들어올지 판단해보자.
수필이나 소설을 쓰고 있는 정통 글작가가 아니라면, 대부분 쓰인 카피는 웹/앱 상에서 읽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중 대개는 SNS용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유저의 호흡이 짧다는 것을 전제하고, 한 번에 후루룩 읽힐 만한 길이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을 쓸 때는 무의식 중에 글의 흐름만 따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비문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내가 쓴 글을 소리 내서 읽어봐야 한다. 그러다 중간에 '엥?'하면서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고쳐야 한다. 특히나 소설이나 수필 같은 종류의 글 말고, 광고 카피나 서비스 설명서 같은 경우 술술 잘 읽히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다.
가끔 내가 쓴 카피는 백날 노려보더라도 단점이 안 보일 때가 있다. 05처럼 소리 내서 읽어봤는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팀원에게 크로스체크를 부탁하자.
일기도 좋고 브런치도 좋고 블로그도 좋다. 평소에 글을 짧게라도 쓰는 버릇을 들이면, 사용하는 단어의 폭이 넓어지고 문장 구사력도 좋아진다. 말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글의 힘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