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퍼 Sep 02. 2022

신입사원 실수 썰 모음.zip

인간의 실수는 끝이 없고 나는 바보임에 틀림없다 


오늘의 주제는 '(어쩌면 신입사원이어서 귀엽게 봐주진 않았을까..라고 혼자 생각한) 실수 모음'을 다룬다. 나름 귀여운 실수도 있지만 아찔했던(...) 실수도 있다. 그리고 몇 가지는 내 주변 사람들의 실수모음담도 다뤄본다. 




01 베이직하지만 스테디셀러(?), 직급과 호칭 실수로 말하기

처음 회사에 입사하면 왜 이렇게 호칭과 직책이 헷갈리나 모르겠다. 이사와 과장 사이의 직급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대충 이 정도 규모 회사의 차장은 어떤 책임이 있는 사람인지, 또 직급은 왜 이렇게 회사마다 다양한지... (큰 회사의 과장님은 대부분 50대시지만, 작은 회사의 경우 2-3년차가 과장 직급을 달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영어이름으로 부르는 회사에서는 한국이름에 대한 실수도 빈번하다. 회사의 경우 '선배님' '팀장님' 정도로 부르기도 하고, 영어이름을 사용하다 보면 같은 팀원분들의 이름도 제대로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장님에게 차장님이라고 하거나, 팀장님에게 파트장님이라고 하는 정도의 사소한 호칭 실수는 실수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은 실수지만, 갓 입사한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이 실수가 왜 이렇게 머쓱한지 모르겠다. 



02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서 엉뚱한 말하기

나는 평소 대화의 맥락을 놓치면 엉뚱한 소리를 하는 편인데, 회사에서도 가끔 이런 경우가 있었다. 상대의 대화를 잘 못 들었으면 '못 들었으니까 다시 말씀해주세요'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내가 추리해서 되묻는지...(나도 나를 잘 몰라..) 


몇 가지 생각나는 사례는..

"예? 트리케라톱스요?" (겠냐고..)

"예?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네이버를 인수했다고요?" (어쩌다가 이런 말이 나온거지?) 

"예? 슬리데린이요?" (갑분해리포터..) 

이런 실수들이 가끔은 아이스 브레이킹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잦아지면 팀원들의 화를 유발할 수 있다. 성인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면 단순히 귀엽지만은 않지 않은가... 이제 더 신중하게 듣고, 신중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03 업무 용어 제대로 익히기 전, 내멋대로 해석하기

알엔알(R&R=Role and Responsibilities 역할과 책임을 분배한다는 뜻)을 아레나라고 썼던 과거의 나..

'판교 사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IT 업계에서는 흔히들 사용되는 업무 용어들이 있다. 그러나 IT 업계가 처음이었던 나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업무 용어를 내 멋대로 해석해서 회의록에 작성했다. 친절한 팀원분께서 뜻을 알려주시며 정정해주셔서 이후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지만, 두고두고 이불 발차기를 했던 부끄러운 실수... 



04 회식한 다음날 허겁지겁 지각하기

허겁스지겁스 

한 광고대행사에서 인턴을 했을 때, 밤늦게까지 회식하고 난 다음날 지각을 한 적 있다. (감히 인턴이? 인턴 기간에? 그것도 직원들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출근하면서? 지각을?)

일어나자마자 출근시간 30분 전임을 깨닫고 당황해서 택시를 불렀으나 택시가 잡히지 않았고, 반포역에서 고속터미널역까지 걸어갔으나 여전히 택시는 없었고,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자고 있는 택시 아저씨를 깨워서 따따블을 외치며 겨우겨우 택시를 타고 출근을 했다. 


택시가 안 잡힐 때의 그 당황스러움, 택시를 타고 가면서 흐르던 뒷덜미의 땀, 조용한 사무실에 들어가며 '죄송합니다'를 연신 외치던 나의 쭈그러진 모습까지... 다시는 지각을 안 하겠다고 다짐한 이유기도 하다. 다시는 그 감정을 느끼기 싫으니까.. 



05 회식 아무데나 잡으랬다고 비싼 곳 예약하기

차라리 회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딱 정해져 있다면 좋으련만... 대부분 회식장소를 정하는 건 막내의 몫이고,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막내는 정확한 적정선을 잘 모른다. 


회식 장소로 비싼 곳을 예약하고 머쓱한 적이 있었다. 몇 달을 준비한 영상 촬영이 드디어 끝나고, 관련 부서들과 밥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라는 파트장님의 요청에 근처 오리고기 집을 예약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살짝 비싼거다. 땀을 줄줄 흘리면서 오리고기를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파트장님이 말씀하셨다. '적당히 밥 먹을 만한 곳 예약하랬더니 엄청 통이 크네'... 소심한 INFJ인 나는 이 말 뜻을 두고두고 해석하며 괴로워했다. (ㅋㅋㅋ) 


그런가 하면 너무 저렴한(?) 곳에서 음식을 사와서 혼난 적도 있었다. 대행사에 다니던 시절, 팀장님께서 상무님들이 함께 모여 회의하며 점심을 먹을 예정이니 사거리 쪽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사와달라고 요청하셨다. 사거리 쪽엔 샌드위치 가게가 한 곳이라, 당연히 그 곳의 샌드위치를 사서 셋팅을 해뒀다. 그런데 회의가 끝나고 돌아온 팀장님이 역정 아닌 역정을 내시는 거다. 왜 여기 샌드위치를 사왔냐며... 

알고보니 사거리 건너편(?)에 있는 고급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사오라는 말이었다. 정확하게 디렉션을 주지 않은 팀장님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뭐, 내가 센스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신입사원 때는 이런 알잘딱깔센 DNA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히 디렉션을 달라고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것이 상책이다. 



06 아슬아슬하게 선 넘는 발언하기

(명심하자. 진짜 가족같은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특히 조심하자 회식자리 

(이건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스타트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이다. 회사 워크샵을 간 날, 한 직원분이 얼큰하게 소주에 취해서는 야자 타임을 제안하셨다. (이 때부터 아차 싶었던..) 그러더니 갑자기 대표님께 옷차림부터 지적하기 시작하더니, 꼰대처럼 굴지 말라고 하는 거다. 알딸딸했던 나도 순간 술이 확 깨면서 그 갑분싸를 멈춰보려 했지만 결국 그대로 워크샵이 마무리되었던 기억이 난다. (아찔) 


회사에서 상사가 '편하게 말하라'고 하는 것은 '평소 일적인 고민이나 제안이 있다면 말해보라'는 것이지 '선을 넘으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기분이 조금 들뜬다고, 상사들이 조금 더 편해졌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르진 말자. 무심코 저지른 실수가 영영 내 커리어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07 광고주(님)에게 보내는 파일에 욕 적기 (끔찍)

진짜 절대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실수다 

내가 저지른 실수는 아니지만, 정말 끔찍한 실수기도 하다. 

디지털 광고대행사에 다닐 때 밤늦게까지 수정과 디렉션을 반복하던 광고주가 있었다. (나는 해당 광고주 담당이 아니었기에 그저 안타깝게 그 팀원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 날처럼 평범하게 출근했는데 회사가 발칵 뒤집힌거다. 이유인즉슨, 광고주와 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던 대리님이 수정 중인 파일명에 욕을 적은 걸 발견하지 못하고 광고주에게 그대로 전달해버린 것이다. 결국 대리님은 감봉 처분을 받았지만 광고주와의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었고, 이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건이 되었다. 




몇 가지 크리티컬한 실수들 외에는 살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싶다. (자기 연민 아님..) 지금 높은 자리에 올라간 그 분들도 모두 이런 실수들을 반복하며 영글어가지 않았을까. 

그러니 기죽지 말자! 이런 실수, 신입사원 아니면 언제 합니까!


얼레벌레 마무리~ 주녀들 화이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