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행사에서는 생각보다 변수가 많다
최근(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너무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를 다녀왔다. PM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오프라인 행사를 처음 진행하다 보니 정신도 너무 없고 당황스러운 이슈들도 많은 거다. (부스 안에서 내 발에 내가 걸려서 넘어질 뻔도 하면서.. 우당탕탕 거렸던 나..)
그래서 이번 브런치 주제는 '오프라인 행사가 처음인 주니어라면 알아두면 좋을 꿀팁들'이다. 혹시나 오프라인 행사가 처음인 주니어가 있다면 참고하라는 마음 반, 미래의 내가 덜 뚱땅거리기 위해 아카이빙 해두는 마음 반으로... 참고로 이 글은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 어울리기보다는 '오프라인 행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보기 좋다.
관련 브런치 글 서일페 작가님들 응원하고 왔어요 :)
관련 브런치 글 마케터에게 오프라인이 가지는 가치
오프라인 행사가 처음인 주니어라면
알아두면 좋을 꿀팁들
온라인에서의 유저 동선은 조금 더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방문객들은 몇 배로 더 쌩-한 느낌이다. (서일페로 예를 들자면) 우리 부스 앞을 지나가는 방문객의 흥미를 사로잡지 못한다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우리의 의도를 설명하는 것도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기에, 오프라인에서 다뤄지는 메시지는 최대한 명확하고 간결해야 한다.
한 공간에서는 한 가지의 메시지를 전달하자. 그 한 가지 메시지도 제대로 딜리버리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공간에서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면 동선도 꼬이고 혼란도 발생할 수 있다. 기획 과정에서 이를 놓쳤다면, 오프라인 행사 오픈 전 어떤 메시지에 더 힘을 줘 전달할지 고민해보는 단계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마케터는 스태프 권한으로 행사나 프로모션 스토어에 방문하기 때문에, 방문객의 시선에서 정확하게 문제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스태프 목걸이를 장착하고 프리패스하고, 뒷문으로 다니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행사 전, 방문객의 동선을 시뮬레이션 해보자. 웨이팅도 해보고, 다른 부스도 돌아보고,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결제도 해보고, 그 굿즈들을 들고 다니면서 다른 부스도 가보고, 밥도 먹어보는 거다. 이 과정에서 우리 브랜드 부스가 입구와 멀어서 진입장벽이 생기진 않는지, 눈에 안 띄진 않는지, 굿즈를 들고 다니기 귀찮진 않은지... 이런 사소한 것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해치기도 하기 때문에, 마케터라면 꼭 한 번쯤 방문객의 시선에서 우리의 공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02와 비슷한 결이지만, 생각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라도 테스트는 미리미리 해보고 이슈 체크를 해야 한다. 온라인 환경에서의 이슈로 인해 이탈하는 유저1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슈로 인해 이탈하는 방문객1의 체감은 다르다.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 중이라면 이런 것들은 꼭 체크해보자.
방문객 동선에 결제가 포함되어 있다면, 카드나 현금이 아닌 경우의 수도 만들어두자. 예를 들면 카카오페이 같은.
QR을 사용한다면 랜딩을 반드시 확인하자. 무료로 QR코드 생성 사이트를 이용했다면, 일정 기간 이후 유료로 전환될 수도 있다. 행사 당일까지 QR코드는 반드시 확인 또 확인!
오타를 꼭 체크하자. 오프라인에서는 인쇄물들이 많아서인지 오타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후다닥 개발을 열어 수정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즉각적인 대처가 안 되니 꼭 확인하자.
행사장 곳곳에 작게라도 위험한 공간이 있는지 체크하자. 물론 전문가분들께서 열심히 설치해주셨겠지만, 계획보다 살짝 더 튀어나온 입간판 하나, 구부러진 못 하나, 아슬하게 매달린 조명 등 하나하나가 동선에는 치명적이다.
여기서 주변 지리라 함은, 오프라인 행사장 안팎 모두를 뜻한다. 스태프들이 쉴 수 있게 조성된 히든 공간부터, 갑작스런 이슈가 터졌을 때 노트북을 연결할 수 있는 근처 카페, 갑자기 필요한 인쇄물을 인쇄할 수 있는 인쇄소(혹은 문구점)까지...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오프라인에서는 주변 지리를 미리 익혀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스태프 전용 복장이 있겠지만)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면 지인들도 오고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차려입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장은 심플 이즈 베스트. 무조건 편한 게 최고다. 늘상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게 익숙한 마케터에게 오래 서 있는 환경은 생각보다 힘들 수 있다. 걸리적거리지 않을 정도의 심플한 복장과 오래 서 있어도 편안한 신발을 추천한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와이파이 강국이라지만, 은근히 와이파이가 안되는 곳들도 많다.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급한 업무를 쳐내기 위해 노트북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고, 방문객의 CS를 확인하느라 휴대폰으로 회사 커뮤니티에 접속애햐 할 수도 있고... 어쨌든 데이터는 충분하면 충분할수록 좋다.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행사 전 에그를 챙기거나, 데이터를 충전해갈 것을 추천한다. 데이터는 부족한 것보다 넘쳐나는 것이 훨씬 좋다.
단순히 오프라인 행사를 오픈했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행사에 오지 못한 다른 잠재고객들, 오고 싶었지만 못 온 유저들, 자신이 다녀온 행사에 대한 비하인드가 궁금한 방문객들 등.. 그들에게 2차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까지 커뮤니케이션의 연장이지 않을까 싶다.
미리 사후 콘텐츠 기획을 해둬서 전문 외주 포토그래퍼들과 일을 시작헀거나, 팀 내에 사진/영상 담당으로 배정된 경우도 있지만, 현장에서 현장감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사후 콘텐츠 소스를 남기는 것은 담당 마케터의 일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이렇게 찍어둔 사진들이 PR 기사나 숏폼 콘텐츠, 홈페이지 업로드 용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행사에 함께 방문한 다른 브랜드들이 있다면, 꼭 한번쯤은 방문객의 마인드로 방문해서 이벤트에도 참여해보자. 그 이유들은 아래와 같다.
우리 브랜드 부스의 회고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조금 더 관객의 마인드에서 다음 오프라인 공간 전략을 고민해볼 수도 있고.
이후 동일한 행사 참여 시, 우리 브랜드의 T&M를 미리 고민해볼 수 있다. 행사에 함께 참여한 다른 브랜드들의 공간이 화려했다면 오히려 심플한 게 돋보일 수 있다.
불편하거나 별로였던 브랜드는 반면교사 삼을 수 있다. 우리 브랜드의 공간은 애초에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어서 불편한 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데, 다른 브랜드의 공간에는 왜인지 그런 게 눈에 잘 들어온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의외였던 게, 명함을 사용할 일이 은근히 많다. 다른 브랜드의 기획이 좋으면 방문해서 명함을 주면서 다음에 우리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하게 될 수도 있고, 다른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오면 건네 줄 명함도 필요하다. (서일페의 경우 특수하게도 작가님들이 많은 곳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일하면 좋을 법한 톤을 가진 작가님을 미리 물색해둘 수도 있었고..)
아무튼 명함도 데이터와 비슷하다. 없으면 곤란하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mbti i인 나에게는 그 복작복작한 서일페 부스들 사이에서 방문객에게 소리높여 말을 거는 것이 정말 어렵고 부끄러웠다. 처음에는 말 거는 게 괜히 호객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도믿걸인 것 같기도 해서 머쓱해서 엄청 쭈뼛거렸다. 어쩌다 사람들이 내 말을 무시하고 지나가기라도 하면 뒤로 돌아서 뻘개진 얼굴을 감추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어쩌면 마케터의 일인 것이다. 우리 메시지를 유저에게 잘 딜리버리하는 것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우리 메시지를 곡해없이 들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우리 공간, 한번 체험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샌가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외면하는 방문객에 대한 타격감도 줄어들어서 마상 입는 순간들도 적었다. i에게는 꽤나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한 번 해보니 더 잘할 수 있겠다! 이거,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오프라인 행사 일정이 하루가 아닐 경우) 에너지 분배 역시 중요하다. 열정 넘치는 첫날에는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마지막 날로 갈수록 녹초가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첫 날 방문한 방문객과 마지막 날 방문한 방문객의 공간 경험 퀄리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같은 의도, 같은 메시지, 같은 공간인데 날짜에 따라 브랜드 공간 경험이 다른 건 방문객에게도, 마케터에게도 억울하지 않은가.
아직은 뚝딱거리는 주니어에게 오프라인 공간은 훨씬 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내가 뚝딱거리는 모습을 방문객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그러나 주니어 때 이런 오프라인 공간 경험의 디테일을 고민하고, 방문객의 리얼한 보이스를 직접 듣고, 우리 메시지를 얼굴 보고 파는 것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아무튼 모든 주녀들 오늘도 화이팅~!
관련 브런치 글 서일페 작가님들 응원하고 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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