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 워커 실험기
요 며칠을 누워만 있었다. 겉으론 한량처럼 보였을진 몰라도 속에선 죄책감으로 마음을 졸였다.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은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했다. 나는 나와 계속 싸우고 있었다. 그저 쉬고 싶다는 나와 안 된다고 만류하는 내가.
이 글을 쓰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어제는 모니터를 보며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글도 써지지 않았고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앉아있었던 건, 키보드의 먼지를 보니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이 나를 밀어 넣어서였다. 안 그럼 먼지가 곧 나에게도 쌓일 것만 같았다.
무소속 인간은 처음이라 무기력한 것이었을까. 예전엔 무얼 하냐 물으면 '대학생'이나 '직장인'처럼 심플하게 답할 수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취업준비생이 아니었고, 프리랜서라 말하기엔 아직 부족했다. 무소속이란 건 꽤 서글픈 것이었다. 지금의 나로 존중받는 게 아닌, 미래의 소속을 증명해야 했다.
아니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무기력해진 것이었을까. 근래 일과 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퇴근할 땐 눈치 보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엔 계속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눈치를 본다. 낮에 쉬었으면 밤에 일하고, 밤에 쉬었으면 낮에 일하곤 했는데 쉰다는 게 죄같이 느껴졌다.
그러다 무기력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란 영상을 봤다. 반년 넘게 아무것도 안 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그래도 괜찮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신호를 캐치하고, 내 몸과 마음의 속도를 따르라면서. 영상을 볼 땐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내 무기력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으니 초조한 건데 비현실적인 답이라 느껴졌다. 그런데 불안해질 때마다 그 영상이 생각났다. 무기력해도 괜찮다는 말을 실은 믿고 싶었나 보다.
휴대폰 전원을 가끔 끄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야 휴대폰 수명이 길어진다고. 무기력한 시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당장은 전원을 꺼버렸으니 답답하고 불안하겠지만, 멀리 봤을 때 나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일지도.
늘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 처음엔 그 모습이 괜히 귀여워 놀리곤 했는데, 나중엔 별말 없이 바로 괜찮다고 말해줄 걸 후회가 됐다. 뭐 어려운 말이라고 입 밖으로 제일 먼저 안 튀어나왔나 싶어서. 그 말 한마디가 친구에겐 간절했던 걸지도 모른다. 나한테도 그래 보려 한다. 나는 자주 불안해하고, 쉽게 초조해하는 사람이니 자신에게 계속 말해줄 것이다.
무기력해도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