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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 Jan 25. 2022

내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더라

feat. 친구의 택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오랜 시기를 보냈다. 이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자 문득 고민이 생겼다. 내가 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했더라.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었지. 어이없게도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이므로 나의 발걸음을 딛게 하는데 이 답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다 오늘 친구에게 택배를 하나 받았다. 친구가 속해있던 단체의 활동 기록지와 책, 편지가 담겨있었다. 연락도 잘 못하는 나를 기억해주고, 걱정해주는 친구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편지였다. 친구는 이제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활동을 시작한다고 했다. 여전히, 묵묵히 나아가는 친구가 멋있었다. 어떤 책을 보낸 건지 더 궁금해졌다. 책상을 대충 치우고 서둘러 책을 펼쳤다. 책을 읽어보니 누가 쓴 책인지 기억이 났다. 친구와 같이 읽어봤던 글을 쓰신 작가님이었다. 괜스레 반가웠다. 책을 읽어보는데 어쩐지 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세상에 잘 보이지 않았던, 쉽게 들을 수 없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여성, 장애, 아동, 청소년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눌 때 같이 분노하고 슬퍼하는 순간이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감정에 그치기보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그 방법을 콘텐츠에서 찾았었다. 내가 만든 콘텐츠에 사람들이 연대의 감정을 보낼 때 말로 다할 수 없는 벅참을 느꼈다. 실력이 뛰어난 국가대표 선수가 성별이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고, 이에 대해 저항하는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도 저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삶이 분주하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구나. 눈앞의 문제들만 해결하기 급급해 진정 하고싶은 일은 무엇이었는지 완전히 잊고 살았다. 잊고 살았던 것도 몰랐는데, 아래 문장을 보고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나를 힘들게 하고 때론 도망치고 싶게 했던 사람들의 한숨이나 비명 같은 소리는 노들을 그만두자마자 마치 방음설비가 완벽하게 갖춰진 방의 문을 꾸욱 닫고 나왔을 때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신 세상엔 신나고 재밌는 것 투성이였다. 노들은 먼지처럼 미미해서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쓸려나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 같았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장애를 갖게 되자 완전히 달라진 일상을, 아동학대에 관한 예산이 저출산 예산보다 93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여성들이 가진 외모 강박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아가  많은 생명들의 이야기들을 콘텐츠를 통해 전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미디어의 역할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론 시청률이나 조회수와 같은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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