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와 청소년 금서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대중에게 알려진 한강작가의 대표작이다.
우리에게 처음 전해진 문학계의 큰상이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내용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놀라움을 안겨준다.
서스펜스, 스릴러, 호러, 판타지...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혼합한 듯한 다소 기괴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한 <채식주의자>는 교육청에서 청소년 금서로 지정된 도서라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었다.
한강작가의 소설이 훌륭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청소년도서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한번더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이 거대하고 복합적인 소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까. 문학적 수준의 갑작스러운 도약은 혼란스럽진 않을까. 이 책을 의도된 방향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채식주의자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가 주는 무게감으로 성인들도 읽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소설이 경험을 토대로 하거나 상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채식주의자는 일반적인 소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인데다 치밀한 서사구조 속에 강한 흡입력은 현실에서 고통받는 주인공으로 인해 읽는 사람도 내내 마음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윤리적이고 병리학적 기준으로 소설의 위험성을 따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관점에서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채식주의자는 현실적인 잣대로 보기 어색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신화적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인간 태초의 원형적 신화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없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식물로의 회귀, 고통과 고난을 겪은 뒤 새롭게 태어나는 영웅의 이야기...
아폴론의 손이 닿는 순간 월계수로 변해가는 베르니니의 조각상 '아폴론과 다프네'의 다프네의 모습도 보인다.
신화적 환상성은 한강소설의 차별화된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알 때, <채식주의자>를 좀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노벨상과 청소년 금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한강의 소설들이 훌륭한 것은 틀림없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청소년들에게 금서로 지정될 만한 데에는 일리가 있다.
한강 작가는 소설을 쓰다 고통받는 소설 속 인물로 인해 때론 앓아눕기도 한다고 한다. 문학과 삶이 일체되어 살아가는 한강작가는 예술가나 다름없어 보인다. 예술은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고 낯설다. 그러기에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심연 속으로 다가가는 것이 때론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