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손에서 뻗어 나오는 몸

김일용 <그대의 차가운 손>

by 이현

손은 몸을 만진다. 그러나 몸만 존재할 뿐 머리도 팔도 다리도 없다. 형태는 온전하지 않고 바람에 흩어져 없어져 버릴 것만 같다

2002년 발간된 한강의 초기소설에 해당하는 <그대의 차가운 손> 은 작가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조각작품으로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라이프캐스팅ㅡ

살아있는 사람의 신체의 일부 혹은 전체를 석고로 본뜨는 작업을 말한다.

소설의 표지는 조각가 김일용의 라이프캐스팅 작업이다.

김일용은 인간의 몸을 재료로 삼아 삶의 흔적과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


날숨, 들숨. 50×60×90, 합성수지, 2000년

조각이라 함은 무게와 덩어리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라이프캐스팅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얇디 얇아 가벼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성의 몸이지만 중성의 이미지처럼 육감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모든 형태가 온전하지 않고 마치 바람에 흩어져 없어진 것처럼 머리도, 턱을 괴었을 것 같은 팔도 없다.


들숨,날숨, 합성수지, 190×30×50, 2000 년

벗은 몸, 늘어진 살갗, 소름, 땀구멍...

라이프캐스팅은 석고를 통해 신체를 떠내기 때문에 디테일이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석고에 박힌 살갗의 질감을 통해 몸에 각인된 섬세한 의식을 왜곡 없이 보여줄 수 있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모델로 하여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신체를 있는 그대로 떠내고자 한다. 그에게 인간의 신체는 생명을 담는 공간이 된다.

한강의 소설을 특징지울수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몸'이다. 한강작가는 몸을 또 하나의 언어로 인식하며 글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몸에 대한 관심도 크다.


김일용은 소설 속 주인공인 조각가 장운형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며 장운형은 인간의 신체 중에서도 손에 집착한다.

가족 간의 상처, 내면의 고통, 감출 수 없는 신체의 일부로 그는 손을 말하고 있다.

그가 인간의 손을 직접 떠서 작업을 하는 데에는 어린 시절을 거슬러 성장과정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죽은 외삼촌의 몸을 목격하게 되고 그가 평소 잽싸게 감추고 살았던 잘린 손가락 두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며 손에 집착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표정으로 감출수 있는 얼굴과 달리 진실한 내면의 거울로써 손을 석고로 뜨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는 작업의 대상이 되는, 살아온 삶을 말하고 내면의 고통을 가진 손을 찾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지나치게 폭식을 하게 되어 비대한 몸을 가진 L. 그러나 성스러움을 느끼게하는 손만은 장운형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E는 육손이로 태어나 손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장운형의 손조각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고 둘은 실종에 이르면서 장운형의 기록은 끝이 난다.

액자구성의 이 소설은 소설가인 화자 '나'가 우연히 들른 전시회의 조각가인 장운형을 만나고 이후 그가 실종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전달된 두꺼운 스케치북 속의 기록이 소설의 본격적인 내용이다.


소설 속 장운형은 조각가 김일용과, 소설 속 소설가인 화자는 누가 봐도 한강작가를 연상시킨다.

작품을 보고 소설을 구상한 것인지 소설을 구상하고 작품을 만난 것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소설과 현실은 하나로 묶여있다.

삶이 문학이고 문학이 삶인 작가의 소설 속 세상은 현실의 삶과 더이상 분리되지 않는 듯하다.

예술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언제나 소설을 통해 질문하고자 했던 작가는 인간의 고통과 상실, 그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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