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별을 겪을 때 엉엉 운다. 바닥에 주저앉을만큼, 장기적으로는 살이 빠질만큼(?) 운다.
울음을 애써 참으며 '찌질하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라고 의젓한 척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내게 이별을 고했던 상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
'우는 것을 찌질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나도 은연 중에 우는 것을 흉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문화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우는 것을 참 좋아한다. 영화로는 허진호의 <봄날은 간다>, 타이카 와이티티의 <조조래빗>를 보고 울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나 <눈이 부시게>,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서도 울었다. 심지어 <어벤져스 엔드 게임>을 봐도 운다. 내 최고의 취미인 음악과 공연은 말할 것도 없다. 샘 스미스나 U2, 이소라 공연을 보면서도 울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를 들어도 눈물이 난다. 울어야 무언가를 좀 느낀 것만 같지 않나.
'이 자식이 뭘 잘했다고 울어!' 이런 말,우리는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들으며 살았다. (그런 말에 해당되지 않는 모범생들에게는 죄송하다.) 그런데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뭘 잘해야 우는건가, 그냥 울고 싶어서 우는 건 왜 안 되는 것인가. 우는 것이 찌질하다고, 혹은 '오바스럽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글쎄, 울지 않는 호모소셜의 남성상? 자신을 덜 표현해야 했던 군사주의 문화?
학부생의 얕은 분석 따위는 뒤로 제쳐 놓고, 나는 우는 것이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오롯이 느끼는 만큼 토해내고 울고 웃고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세상이 풍부해지지. 답답해서 아픈 것보단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