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재선 실패 기념
결국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좌절될 것 같다. 지난 수년 동안 그가 야기한 후퇴는 전방위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미국을 망친다고 말한다. 다른 정치인들이 눈치를 볼 때, 트럼프는 누군가가 하고 싶어하는 말을 대신 했다.
(지난 연말 김포공항에서 나와 진한 포옹을 나눴던) 록 밴드 U2의 보노는 '트럼프가 미국의 이상을 하이재킹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상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가치는 다양성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슬림, 멕시칸 등 이민족에 대한 혐오감을 앞장서 전시하고, 코로나 19 방역 무능을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단어 하나로 얼버무렸다.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발화를 나서서 한다면, 정말 많은 이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수많은 흑인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을 때, 그는 매카시즘을 꺼내 들었다. 20만 명이 죽어 나가는 참극 가운데에서 최고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을 말하지 않았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를 향해 '미국은 여성 사회주의자 대통령을 가질 수 없다'며 여성혐오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는 공동체와 전통적 규범을 수호하는 보수적 가치에도 관심이 없다. 그가 전쟁 영웅이자, 민주당 진영에서도 존경받았던 존 매케인을 향해 ‘얼룩이 많은 사람이었다’라고 비아냥거린 것은 대표적인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도,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그가 어디를 보아서 보수주의자란 말인가.
나는 도널드 트럼프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교보재였다고 생각한다. 그가 프로파간다와 쇼맨십에 능한 사람이라는 것은, 지난 4년이 충분히 증명해주었다.
트럼프는 태생적으로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백인 노동자, 힐빌리((hillbilly)들을 대변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무기력에 빠진 힐빌리들은 수 조원의 재산가 트럼프를 자신들과 동일시했다. 트럼프는 누구를 적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몹시 잘 알았다. 그의 정치력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아마, 그가 죽은 후에도.
자, 이만하면 됐다. 트위터로 정치를 하는 미국 대통령, 자신을 비판하는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이제 테일러의 음악이 25% 덜 좋아졌다’고 말하는 졸렬한 노인.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