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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파 Dec 17. 2020

청파 소나타

겨울을 덥혀 주는 노래






정밀아가 지난 10월 그의 새 앨범 <청파 소나타>를 냈을 때, 나는 바로 듣지 않았다. '그리움도 병'을 달고 살았던 정밀아의 팬인데 왜 그랬을까. 이유는 참 단순하고 유치하다. 청파동이 나에게 참 아픈 곳이라 그렇다. 청파동은 참 좋아했던 옛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아픈 곳'이다. 가끔 찾는 술집도 이 동네에 있지만, 나는 애써 이 지명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으려 했다. 청파동을 생각하지도, 읽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청파 소나타'를 누르지 않았다. 참 우습지 않나. 그깟 기억이 뭐라고. 


그래도 정밀아의 노래인데,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몇주 전에서야 들었다. 역시 정밀아였다. 단촐하고 수수한 소리 가운데에 깊이를 갖춘 노랫말이 있다.  ‘환란일기’나 ‘광장’처럼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영역을 중첩시키는 솜씨도 여전했다.  알량한 이유로 이런 앨범을 듣지 않았다니, 내가 생각이 참 짧았구나 싶었다. 나는 ‘춥지 않은 겨울밤’을 최고로 뽑고 싶다. 들으면서 많이 울었다. 그는 ‘혼자 살아내는 밤’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를 안다.


정밀아의 음악을 듣다 보면, 심연을 꺼내었다가 한번 뒤집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럭저럭 좋은 눈물, 좋은 아픔이다. 정밀아의 음악이 있는 세상이어야, 덜 슬프겠다


"한 쪽 모서리 깨어져 버린 맥줏집 간판 불빛. 

조금 허기진 것은 마음의 가난인걸까 

그리운 건 없는 것 같아 눈물도 나지 않아"


- '춥지 않은 겨울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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