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어도 몸이 시큰한 어느 시작의 봄, 아무렇게나 들어간 찻집에서 시킨 차가운 음료, 그 서린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 축축함이 마른 맨손에 닿아 퍼지는, 그 목소리가 슬쩍 마음에 자리 잡는 그런 느낌들.
모든 이야기는 당신을 닮아 건조하고 짧고 수식 없이 파고든다. 잘 마른 꽃의 꽃잎이 그러하듯 그 시간의 향을 잘 품어두었다가 아닌 듯 슬쩍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부담스럽지 않게 잘 바랜 향은 차의 맛도 대화의 공기도 방해하지 않아 온전히 대회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당신이 선물해 준 순간이다.
봄이 와 해가 길어지면 밤이 소중해진다. 곱씹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니 당신의 짧은 말들이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