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찍지 못했던 하늘을 찍었다.

by ivory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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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셔 얼음만 남은 잔에 물을 더 부어 넣었다. 살짝 남은 커피 향이 미적지근한 듯 차가운 물에 씻겨 내려갔다. 약간은 서운한 마음. 향만큼 오래 남는 건 잘못 흘린 얼룩뿐인가 싶고, 잘 지워지지도 않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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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하나로 울적함이 갈리었다. 길 건너에서 바라보는 나는 그리 좋은 표정이 아니구나. 아이의 작은 칭얼거림에도 문득 짜증이 치밀 만큼. 그리곤 이내 미안하다. 어설프기 짝이 없지, 차라리 끝까지 모질거나 매정할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어정쩡한 마음은 어디에도 달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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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찍지 못했던 하늘을 찍어보자 하는 마음에 한 롤을 고스란히 하늘에 두었다. 마음에 드는 하늘이 반이나 될까 하다가 내 주제에 이만하면 좋은 일이지 싶더라. 하루도 같은 하늘이 없었을 테니 그 아래서도 하루하루가달랐을 터인데 돌아서서 절반이나 마음에 들었다는 것, 오늘같이 서러운 날에 보아도 그렇다는 것은 아주 조금이지만 희망이 된다. 나는 아직 사진을 찍을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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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사랑의 몰락을 엿보기도 한다. 그리되었구나 하고 안심하다가도, 어느새 후회하고 있을 이를 생각하면. 그런 것도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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