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by ivorybear

아날로그라는 말이 참 재미있다. 바로 몇 년 전까지 생활의 한 부분이던 것들이 ‘아날로그 문화’라는 이름으로 동떨어져 버렸다. VHS 비디오테이프나 또르르 돌아가는 기계식 전화기, 필름카메라, 발가락을 쭉 뻗어 채널을 돌리던 텔레비전처럼 이제는 본 업에서 벗어나 집 창고 구석에나 재활용 센터에서나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어쩜 몇몇 친구들은 본 적도 없을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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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필름카메라는 꺼내는 것 그 자체로도 자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필름을 꺼내 카메라에 끼우고 드르륵 드르륵 감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필름의 특이한 느낌을 좋아해 번잡함을 감수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사실은 필름카메라가 생긴게 조금 더 멋있지 않나 하는 아주 세속적인 이유로 사용을 시작했기에 주변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부끄긴 하지만. 딱히 필름의 색감이 유별난 것도 아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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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카페나 술집, 음식집을 들러보면 오래된 카메라들이 장식장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장식장에 예쁘게 멋있게 장식된 카메라들과 내 어깨에 걸려있는 것의 연식차이는 거의 없다. 일선에서 물러나 장식장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저들과 지금도 한참을 고생하고 있는 나의 카메라를 보고 있으면 어느 팔자가 더 좋은 건지 사실 조금 고민이 되기는 한다. 이들은 서로의 모습이 부러울까. 아니면 안도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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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지나다가 유리창 쪽으로 장식된 오래된 텔레비전을 보았다. 처음 든 생각은 ‘저거. 쓸 수 있을까?’. 그러다가, 지금 저 모습 또한 멋이 있으니 그런 건 딱히 상관없지 않나 싶었다. 그들이 서로 염려해야 할 필요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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