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나 내린 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어느샌가 마지막 문장에 다다랐다. 줄곧 떨리던 목소리도 조금 낮지만 듣기 좋을 정도로 평온해져 있었고. '그랬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라고 대답하고는, 아직 비가 그치지 않았으니 조금 더 앉아있다 일어서자며 읽던 책을 마저 펴들었다. 그렇게 끝이 난 이야기 뒤로 한참이나 더 머물다 돌아왔다. 어쩌면 돌아서며 다음에 다시 보자 인사한 것도 같은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은 기분, 여태껏 내리는 저 비가 그쳐야 실감이 나려나 싶었다. TV에선 장마를 이야기하고 나는 그대로 의자에 앉아 오늘 나눈 이야기를 다시 옮겨 적었다. 혹시나 길어지는 비 사이에 잊어먹고 다시 네게 이야기할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