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향수 회랑

꽤 오래된 약속

by ivorybear

차갑고 건조한 공기 사이로 거짓말 같은 향기가 났다. 덕분에 가을인가 싶다가도 이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까닭이야 뭐.

가을은 꽤 오래된 약속이었다. 이제는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너는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싶어 아쉬운 물음이나 한번 던져볼까 했었지만 서늘한 바람에 가을은 이미 숨어버렸나 덩달아 겨우 내돋은 용기까지 같이 숨어버렸다. 이맘때쯤이면 늘 찾아오던 발칙한 설렘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묵직한 서글픔이 가득하다. 미쳐 단풍 누릴 새도 없이 떨어진 잎새 사이로.

작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어색한 옷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목적지야 아무래도 좋은, 마음에 두고 온 가을을 누리러. 그때보다 차가운 숨과 그때보단 따듯한 외투로 그때처럼 예쁜 가을꽃을 맞이하러. 비록 혼자 지키는 약속이나마 구색은 갖추고 싶어서. 혹시나 먼 어디선가 너도 지키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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