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향수 회랑

기차가 반쯤 왔을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by ivory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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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반쯤 왔을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챙기진 않았지만 어차피 요즘 기차역에 어디 편의점 하나 없으려고, 하다 못해 맨 몸에 택시를 타도 집 앞까지 데려다줄 텐데. 불편함에 기대어 우연을 기대하기엔 너무나 편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비가 많이 올 것 같다고 이야기하려 했지만, 어느새 잠에 든 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비는 그저 내릴 뿐이고 우리는 적당히 돌아가면 될 일이기에.



아직 절반의 침묵이 남아있었다. 빗소리도 기차소리도 아득하기만 하니 의미를 잃은 생각만 한참 되뇔 뿐이다. 잠이나 잘까 싶어 눈을 감았지만 하나 같이 익숙하지 않아 한참을 설쳐야 했다. 한 아름도 안 되는 고 좁은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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