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향수 회랑

물이 들어오는 줄도 몰랐다.

by ivory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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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들어오는 줄도 몰랐다. 해가 넘어가는 것도 몰랐다. 홀로 서게 된 것도 몰랐다.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기 싫은 날이었다.

계속 서 있어봐야 무릎깨나 젖고 말 일이지만, 홧김에 다 태울 깜냥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참을 서 있었다. 고집스럽게. 그렇게나 싫어하던 고집스러운 모습으로.

잔잔히 물 밀리는 소리가 습습해진 뻘판보다 먼저 발아래에 와 닿았다. 나다니는 이들도 다 저 뒤로 물러가는 시간. 내세워야 할 대단한 미련이 남은 것도 아니라 이내 돌아서 나왔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누군가 시킨 것 마냥 걸어 나왔다. 문득 발에 치인 조개껍데기가 잠시 반가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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