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욕

by ivorybear

무언가를 남기는 일에 재미를 들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릴 땐 겨우 일기 한 장을 채우는 것도 그렇게나 귀찮고 어려워 며칠씩 미루기가 일수더니, 어느샌가 나이를 꽤 먹어버린 나는 자갈밭에서 마음에 드는 돌을 찾아 모으듯 내키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남기고 있다. 때로는 글로, 혹은 사진으로. 그래서 가끔은 왜 이런 사진과 글이 남아있는지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잠시 그 시절에 머무르다 보면 이내 머릿속 서랍에서 먼지 뿌옇게 묻어 구겨진 기억을 찾아내고야 만다. 아, 이날은 그랬었구나- 하고.


어쩌면 그런 과정 탓에 더욱 남기는 일에 매달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잊고 있었던, 혹은 잊고 싶었던 기억이 살아나는 경험이란 씁쓸하면서도 자꾸만 당기는 뒷맛이 있어서 내심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날의 공기, 날씨, 어쩌면 잊고 싶었던 대화의 재현까지도.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찾아낸 기억이 의미 있는 순간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쑥스럽고 부끄러운 기억도, 어쩌면 그대가 보기에 아무 이유 없어 보이는 장면도 모두가 내게는 소중한 인연이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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