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들어보라고 건네준 테이프가 유키 구라모토의 reminiscence였다.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몰래몰래, 그리고 늦은 밤 야자 마치고 걸어오는 길 내내 지겹도록 들었던.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던 시절에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그것뿐이었던 기억이 난다. 입김 폴폴 나는 추운 겨울밤에 하도 돌려 늘어진 테이프를 마이마이로 들으면서 언젠가는 루이스 호에 가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책에서 보았던 여러 여행지에 대한 상상에 빠져보기도 하고.
문득 나도 모르는 사이 지나쳐버린 낭만들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거기 있었지만 어느새 두고 와버린 많은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