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비틀어지고, 뿌리에는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프리지아. 예쁘고 찬란한 일주일을 살았다. 하필 왜 나에게 와서 이렇게 짧은 생을 살다 가는지 안쓰럽고 미안하다. 곰팡이가 핀 것을 보니 이제는 보내줘야지 생각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버렸을 텐데 궁금해졌다. 여전히 향기가 남아있을지. 잎도 아예 썩었거나 벌레가 꼬인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코에 갖다 대었다. 향기가 났다. 아직도 향기가 남아있다. 쿰쿰한 썩은 내가 아닌, 처음 나에게 왔을 때 그 향기였다. 기대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자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드러낸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쓰러지는 상황에도 주변에 향기를 전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향기가 날까. 아니 역한 냄새가 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향이 낫겠다.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향기를 지닌, 그리고 그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계속 킁킁대며 맡고 싶은 향을 지니고 싶다. 나의 향기가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으로 남기를 바란다. 말라비틀어져가는 순간에도 퍼지는 프리지아 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