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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an 06. 2016

추억의 마니

'너는 내 소중한 비밀이야'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영화다. 한국에서 상영 당시 상영관이 많지 않아 관람을 놓쳐 상당히 아쉬웠는데, 뒤늦게 보게 되었다. 그간 지브리의 영화들과는 약간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좋게 말하면 잔잔한, 나쁘게 말하면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구성이었는데 점차 나오는 복선과 복선의 회수들로 비로소 영화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추억의 마니'는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작년에 크게 흥행몰이에 성공한 '인사이드  아웃'과 더불어 이 영화 역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을 한다.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지브리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따뜻한 작화와 황홀한 영상미 그리고 잔잔하게 심금을 울리는 ost의 조화가 꽤나 흡족스럽게 느껴졌다. 달빛이 비치는 물가 위를 안나와 마니가 노를 젓는 장면은 그 어떤 작품에서도 느끼기 힘든 특별한 감성이  돋보였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지브리 자체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느낌까지 드는 작품이었다. 어른스러워진 연출과 성숙한 표현들이 도드라졌다. 

누구나 가슴에 아픈 상처 하나쯤은 품고 산다. 힘들지 않은 사람 없고, 사정이 없는 사람 또한 없다고 생각을 하기에, 그렇기에 내 상처만큼이나 다른 이의 상처도 분명 아프고 쓰릴 것이기에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다. 인상 깊게 읽은 시의 구절을 응용해보면, 세상 모든 이의 슬픔을 모아 두고 가장 덜한 슬픔을 가져가라고 말한다면 각자 본인의 것을 다시 챙겨 갈 것이라고 말한 그 시가 딱 생각나는 영화였다. 약간은 뜬금없는 비 유일수 있겠지만 괜히 이 시가 생각이 나곤 했다. 

상처가 있는 사람만이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으니,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작품이다. 스토리나 연출에 약간은 아쉬움은 있지만 비주얼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림 속 그림이라니 참 재밌는 연출이면서,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림으로 말하고,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 그 작품 속에서 보이는 그림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특별한 메시지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느껴지니 더 크게 와 닿은 작품이다. 우리들의 지난날을 추억하기에, 그 추억을  곱씹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마지막이라니 아쉽지만, 그간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작품들을 생각하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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