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우 Jan 19. 2016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바람이 불어도 뿌리가 단단한 나무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2015년  '버드맨'이라는 작품으로 내게 아주 짙은 인상을 남겼던 이름도 어려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 '레버넌트'를 보고 왔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보는 작품이기에 작지 않은 기대를 하고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느낀 기분은 그 어떤 말로도 쉽사리 표현하기가 힘들 만큼,  작년 '버드맨' 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을 내게 안겨줬다.

이 작품이 끝이 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냐리투 감독, 그의  연출력의 한계는 어디인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촬영을 맡은 '엠마누엘 루베즈키' 감독. 그래비티와 버드맨으로 2년 연속 오스카를 수상한 그의 능력도 돋보였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캐치해 연출하고 표현한 이냐리투 감독의 능력은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였다. 모든 장면 장면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으니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실 단순하게 영화의 스토리만을 보고 얘기하자면 크게 포인트라고 할 것이 없다.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확 구미를 당길만한 소스를 주는 것도 아니다. 한 남자가 반죽음을 당한 상태로 버림을 받았고, 살아남아 복수의 칼날을 갈며 이 악물고 생존해 나가는 이 단순하다면 단순한 이야기가 이토록 깊게 와 닿는 이유는 입 '딱' 벌어지는 연출력과 '와' 소리 나오는 연기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이 든다.

바로 그 연기력. 사실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대충만 훑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인상 깊지 않았던 작품이 없고, 작품 속 그의 캐릭터 하나하나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연기가 더욱 도드라지는 건 단연 연출의 힘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독한가를  보여주는 데에 있어 상상 이상의 장면들을 뽑아내곤 했다.


언뜻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장면들이 몇몇 기억에 남는다.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연의 모습들을 디테일하게 담아냈다고 초반에는 생각을 했다. 굳이 저렇게까지 보여줘야 하는 건가. 저 시간을 좀 줄이고 러닝타임을 좀 줄이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잠시 했지만, 끝이 나고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생각해보니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장면들이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갔었는데, 순간순간 장엄한 대자연의 모습들이 너무나 경이로워 하마터면 셔터를 누를뻔했다.

어떤 영화는 단순한 관람이 아닌 특별한 체험이 되곤 한다. '그래비티' 혹은 '인터스텔라'와 같은 우주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작품 역시 내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준 작품이 됐다. 종잇장 마냥  온몸이 찢겨 나갔어도, 반병신이 되어 생매장을 당했어도, 자연의 두려운 힘과 맞닥들여도 의지를 가진 인간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영화. 


마지막 휴 글래스의 거친 숨소리가 주는 강한 울림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축학개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