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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Feb 10. 2016

심야식당

'하루가 저물고 모두  귀가할 무렵,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기에 요리와 음식과 관련된 콘텐츠, 특히 영화는 모두 챙겨보기에 일드 '심야식당'의 영화화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식당.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곳.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렇게 정의 내릴 수 있다. 길을 지나가다가도 수 많은 식당이 보이고 흔하디 흔한 식당들이지만, 심야식당은 다르다.

심야식당은 왜 다른 것인가, 무엇이 특별한 것일까?

이야기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 음식은 그 어떠한 산해진미로도 표현하기 힘든 독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값 비싼 식재료, 화려한 기술이 요구되는 조리법이 아닌 삶의 이야기에서 우러나오는 그 조미료가 심야식당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레시피이자 비법인 것이다.

맛은 굉장히 주관적인 감각이다. 누군가에겐 정말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이 다른 누군가에겐 냄새조차 맡기가 힘든 음식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가 참 어렵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겠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음식은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바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즐기지 않던 음식도 그 접시 안에 담긴 누군가의 행복 혹은 슬픔을 알고 난 뒤에 입에 넣었을 때의 그 맛은 확연히 다르다. 굉장히 인상 깊게 봤던 허영만 작가의 '식객' 그 속에서도 추억이 담겨있는 맛이란 게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게 다루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들의 하루는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끝나지 않는 레이스를 하는듯한 기분으로 숨 한번 제대로 고르기도 힘든 삶을 살아간다. 점점 추억과는 멀어지고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그 추억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음식을 만든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입에 넣는 순간, 추억이 그때의 행복과 사랑이 느껴지는 음식을 만든다면 그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둡고 추운 밤, 식당 앞엔 하얀 눈이 내리지만 따뜻하다. 그 온기가 전해진다. 내 꿈의 공간을 보는듯한 이 작은 규모의 레스토랑. 이 따뜻함과 맛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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