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저물고 모두 귀가할 무렵,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기에 요리와 음식과 관련된 콘텐츠, 특히 영화는 모두 챙겨보기에 일드 '심야식당'의 영화화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식당.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곳.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렇게 정의 내릴 수 있다. 길을 지나가다가도 수 많은 식당이 보이고 흔하디 흔한 식당들이지만, 심야식당은 다르다.
심야식당은 왜 다른 것인가, 무엇이 특별한 것일까?
이야기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 음식은 그 어떠한 산해진미로도 표현하기 힘든 독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값 비싼 식재료, 화려한 기술이 요구되는 조리법이 아닌 삶의 이야기에서 우러나오는 그 조미료가 심야식당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레시피이자 비법인 것이다.
맛은 굉장히 주관적인 감각이다. 누군가에겐 정말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이 다른 누군가에겐 냄새조차 맡기가 힘든 음식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가 참 어렵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겠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음식은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바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즐기지 않던 음식도 그 접시 안에 담긴 누군가의 행복 혹은 슬픔을 알고 난 뒤에 입에 넣었을 때의 그 맛은 확연히 다르다. 굉장히 인상 깊게 봤던 허영만 작가의 '식객' 그 속에서도 추억이 담겨있는 맛이란 게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게 다루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들의 하루는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끝나지 않는 레이스를 하는듯한 기분으로 숨 한번 제대로 고르기도 힘든 삶을 살아간다. 점점 추억과는 멀어지고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그 추억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음식을 만든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입에 넣는 순간, 추억이 그때의 행복과 사랑이 느껴지는 음식을 만든다면 그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둡고 추운 밤, 식당 앞엔 하얀 눈이 내리지만 따뜻하다. 그 온기가 전해진다. 내 꿈의 공간을 보는듯한 이 작은 규모의 레스토랑. 이 따뜻함과 맛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