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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Apr 04. 2016

주토피아

'변화의 시작은 당신이고 바로 나 정확히 우리 모두죠.'


'겨울왕국'으로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디즈니는 많은 부담을 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작년엔 픽사에서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수작을 뽑아냈기에 작지 않은 부담이 더해졌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디즈니는 노련했고 오랜 팬으로서의 내 작은 걱정은 금세 사글어 들었다.

차별과 편견. 말만 들어도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함부로 입에 담아내기엔 무거운 이 소재를, 이 벽을 디즈니는 아주 '디즈니' 스럽고 '디즈니' 답게 허물어냈다. 어떻게 이러한 생각들을 해냈는지 신기할 정도로 이번 작품에서 디즈니의 그 무한한 상상력이 도드라졌다. 동물들의 세계 그리고 동물을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풀어낸 이 주토피아는 매력적이고 또 매력적이다.

동물을 인간처럼 빗대어 표현하면서 평소 우리가 느끼는 그 동물들의 특징들을 그대로 살려낸 점도 참 인상적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폭발시키는 신 스틸러 나무늘보의 등장과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웃음이 나옴과 동시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 내가 요리사라는 직업을 내 삶의 길로 정했을 때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난다. '남자가 무슨 주방일이니, 남자답지 못하게!'. '남자다운 것' 그리고 '여자다운 것'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정해져 있는 삶이라면 이 인생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굳이 정해져 있는 틀이라고 한다면 '나'라는 것 '나'라는 존재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정해진다.  그 후에 모든 것은 내가 다듬고 만들어 가는 것이지 , 누군가의 시선이나 다른 이의 편견 따위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내'가 중요한 거지, '남'이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주토피아라 불리는 동물들의 세상을 보는 재미와 가젤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재미로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키는 이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은 아주 잘 만든 수작이라 생각된다. '빅 히어로'에 이어 또다시 입증되었다. 디즈니는 공주 이야기만을 잘 만드는 게 아니다. 디즈니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놓치고 사는 것들을 디즈니는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고맙고, 다음 작품이 또 기대되는 '디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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