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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Apr 20. 2016

귀향

'언니야, 우리 이제 집에 가자..'


가슴이 아프다 못해 시린 작품이다. 그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들은 많았지만 '귀향'은 다르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작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귀향'의 제작과 개봉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게다가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 호주에서의 개봉 소식은 더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상영관이 관객들로 가득 메워졌으면 좋았겠지만 평일이었고 시간대를 생각해보면 조금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게 보이는 관객들, 특히 외국인 관람객들이 반갑고 또 고마웠다. 영화가 끝이 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느꼈던 그 공기의 흐름을 잊을 수가 없다. 무겁고 또 냉랭했다. 누구도 쉽사리 크게 숨을 내쉴 수도 자리에서 일어설 수도 없다는 게 느껴졌다. 

딱 그런 작품이다. 쉽게 입에 담기도 손으로 어루만지기도 힘든 그런 이야기. 이 아픔을 그 고통을 감히 누가 가늠하고 위로할 수 있겠는가.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듯한데 당사자의 그 마음을 어떻게 감히 함부로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아픔의 깊이와 정도를 우리는 평생을 알지 못할 것이다. 

작품성만을 놓고 봤을 때 아주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할머님들, 그분들의 '이야기'라는 것. 영화를 통해 세상밖에 나왔고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 진실은 숨긴 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 '귀향'. 

우리는 알아야 하고 더 알려야 한다. 과거를 등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올바른 발걸음이 아니다. 어영부영 덮으려고 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고 할머님들에게 송구스럽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고 부족하다. 지켜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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