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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un 24. 2016

곡성

'절대 현혹되지 마소..'


거의 완벽에 가까운 각본이다. 흡사 '올드보이' 가 떠 오르는 완벽에 가까운 각본으로 보는 내내 그리고 끝이 나고 '와..'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아주 잘 익은 속이 꽉 차 있는 과일을 반으로 갈랐을 때 느껴지는 그 통쾌함과 짜릿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종교적인 그리고 샤머니즘의 요소가 접목된 작품들은 그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토록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녹여낸 작품은 적어도 내게는 이 '곡성'이 처음이었다. 영화를 감상할 때면 나름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속신앙적인 요소들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몰입감이 떨어지게 되기에 그러한 소재들을 썩 반기는 편이 아닌데 이 작품 '곡성'은 달랐다.

영화는 시작부터 냉적인 기운을 미친 듯이 뿜어낸다. 비 그리고 낮게 깔려있는 어둠이 주는 그 차갑고 소름 돋는 기운이 이 영화는 보통 영화가 아님을 암시한다. 작품이 전개되면 될수록 비약적으로 커져가는 사건의 스케일에 뒤처지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조임새 있는 연출과 각본! 경이롭고 대단하다.

나홍진 감독, 그의 세 번째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는 탄탄하고 매끄럽다. 관객을 압도하고 휘몰아치면서 자신이 관객을 따라가는 게 아닌 전적으로 관객이 자신을 따라오게 만드는 그의 능력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봉 후에 전해진 '곡성'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접하고 다시 한번 느꼈지만 그의 고집이 그러한 섬세함이 이런 '곡소리' 나오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지난 두 작품을 비롯 이번 '곡성'에서도 영화 속 음악이 주는 매력이 작지 않았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완급조절을 해주는 역할을 한 게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고 또 자극적으로 상황이 흐를 때 그 부분들을 좀 더 매끄럽고 윤택하게 만들어준 게 음악이라고 느꼈다. 이토록 빠른 시일 내에 재관람을 하고 싶은 영화, 특히 한국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다. 그만큼 완성도 있고 매력이 넘치며 흡입력까지 갖추고 있다. 

믿음과 신뢰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있어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어야 하는 당연한 조건이지만 제일 충족하기가 어려운 요소이기도하다. 믿음과 의심.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영화가 끝이난 후에도 쉽게 끝 매어 지지 않는다. 그 누구도 쉽게 매듭짓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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