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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Dec 29. 2016

라라랜드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지난해, 어떤 한 작품이 나를 세 번이나 극장으로 이끌었고 올해 같은 감독의 새로운 작품의 개봉 소식은 내 심장을 자연스레 뛰게 만들었다. 어떤 한 작품은 '위플래쉬'였고 그 감독은 '다미엔 차 젤레' 였으며 그의 새로운 작품은 앞으로 내가 몇 번이나 더 극장에서 보게 될지 모르겠는 '라라랜드' 다.

라라 랜드는 시작부터 아름다움을 폭발시킨다. 최근 본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가 아닐 수 없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한편의 짧지만 황홀한 퍼포먼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작지 않은 울림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라라랜드'라는 마법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첫 번째 주문이라고 한다면 얼추 설명이 될듯싶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사랑을 키워 나간다는 다른 영화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이 단순한 구성이 이토록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연 '재즈'다. 둘의 만남은 재즈로 시작되고 재즈로 발전하고 재즈로 끝이 난다. '재즈' 필자는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을 하는 지인들의 영향과 자주 들려 시간을 보내던 카페의 사장님께서 틀어주시던 음악의 대부분이 아니 전부가 재즈였다. 그 순간 재즈라는 음악이 만들어주는 분위기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서의 '재즈'의 입지는 좁은 편이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면서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잃어갔다. 실제 '라라랜드' 의 대본은 진작에 완성되었지만 어떤 영화사에서도 '재즈' 뮤지컬이라는 소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투자를 하겠다는 영화사가 있어도 많은 장면의 편집을 요구했고 '재즈'라는 색깔을 많이 빼려고 했었는데 '위플래쉬'의 성공 이후 지금의 영화사를 만나 이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런 감독의 고집이, 현실과 쉽사리 타협하지 않았던 '다미엔 차 젤레'의 '재즈'에 대한 사랑이 이런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냈다고 생각된다. 극 중 세바스찬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는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며 작지 않은 소름이 돋곤 했다.


꿈과 이상, 현실과의 타협. 이 둘은 복잡하게 엉켜있는 실타래다. 그 누구도 쉽게 풀 수 없고, 풀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엉키게 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만 해도 2016년 한 해 저 둘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줄다리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을 봐야 하는가, 훗날을 봐야 하는가. 도전적이어야 하는가, 안정적인 것을 찾아야 하는가. 나만을 봐야 하는가, 모두를 봐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오늘도 이 둘에 대해 생각하며 갈팡질팡하고 안절부절못한다. 인생이 이렇다.

화려함만을, 성공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좌절을 보여주기 때문에 , 실패를 말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더없이 아름답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주 인상 깊게 표현했던 작품 '버드맨' 이 떠 올랐다. 한때 낮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지금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훗날 높은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소중하고 또 소중한 두 작품이다.

세반스찬은 말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어쩌면 이게 인생의 해답일지도 모른다. 모든 순간을 고민하고 갈팡질팡하면서도 그 순간은 이미 흐르고 있고 어떻게 되든 결국 그렇게 되고 만다. 그러니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 너무 힘들게 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적으면서도 생각이 더 많아진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크게 와 닿지 않았나 싶다. 어떤 생각이든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 그런 작품이 내게는 최고의 영화다.

'만약'이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은 후회를 기본으로 하며 슬픔을 만들고 아쉬움이 따라오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만약'이라는 가정으로 이루어진 둘의 엔딩 시퀀스는 쉽사리 잊히지 않을 짙은 여운을 남겼다. 음악으로 시작되고 음악으로 끝이 나는 둘의 사랑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단 한 편의 영화로 이토록 많은 감정들이 속에서 느껴지는 건 꽤나 오랜만의 일이다. 내속에 많은 감정을 끓게 해 준 '라라랜드'. 이 영화는 마법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마법이 오래도록 끝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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