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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an 26. 2017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다 알려고 하지 마세요'


영화 속 민정은 입이 닳도록 말한다. '저를 아세요?'. 우리는 영화가 끝 이날 때까지 알지 못한다. 민정이 쌍둥이 자매가 있는지, 단순히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여자인지, 정말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민정'이 있는 것인지 말이다. 보고 있으면서도 듣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무엇이 정답인지를 끝내 알지 못한다. 알 수가 없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 오랜 시간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해서 누군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한 사람을 완벽히 알고 있다는 건 그 사람의 모든 인생을 안다는 얘기와 같다. 사실상 그건 불가능하다. 내 인생도 헤아리기가 버거운 현실에 다른 이의 인생까지 살필만한 여유를 우리는 부리지 못한다.

오래전 내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내 생각이 이렇다고 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그렇다고 해서 너를 완벽히 이해했다 생각했고 이기적인 말들로 너를 벼랑 끝에 몰았던 찌질했던 옛날의 내 모습이 어렴풋이 아니 솔직히 말해서 보다 선명하게 기억이 나곤 했다.

그런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누군가를 다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았던 그때의 내가 존재했기에 지금의 나는 그런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는 많은 것에 서툴다. 특히 사람 관계에 있어서 성급함을 죽이고 조심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말도, 행동도 아낄 필요가 있다.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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