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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Sep 11. 2017

택시운전사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1980년 5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또 잊어서는 안 될 그 달의 기록을 담아낸 영화 '택시 운전사'를 여기 시드니에서 볼 수 있었다. 배우 송강호라는 이름 하나 만으로 사전부터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 제일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이 그날의 상황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놓치지 않고 연출해내고 캐치해야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택시 운전사는 신선한, 새로운 방향으로 길을 제시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현장으로 바라본다는 것.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정부의 언론탄압으로 인해 그 어떠한 진실도 알지 못하는 서울 사람과 일본에 머물고 있던 독일인, 그 사태와는 일절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보는 그날의 참사.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 인물들의 설정 자체를 외지인, 이방인 즉 제삼자로 잡고 가니 그들과 함께 내(관객)가 그날의 광주로 들아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80년 5월의 아픔이 더 절실하게 내 속으로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그 어떤 경우에도 나는 그날 그 자리에 계셨던 분들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함부로 가늠하기에는 그 슬픔의 크기가 거대해, 그 깊이가 너무도 아득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그들의 용기에 경배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3자의 시선으로 그 날을 바라보게 한 연출 자체가 크게 인상적인 이유다.

 안전한 게 광주를 빠져나와 갈팡질팡하는 만 섭의 모습.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부끄럽지 않은 국민이 되고 싶었던 그의 마지막 선택은 지난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이 시대에 국민들을 떠 올리게 만들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아는 것,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그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오늘이, 이 현재가 과거의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으로 빚어졌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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