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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y 20. 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We are in the endgame now'


10년 전 생일, '아이언맨 1'을 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기존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자신을 감추는 게 아닌 'I AM IRONMAN'이라 말하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게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쿠키영상에 등장하는 닉 퓨리는 말한다. '당신은 더 큰 세계의 일원이 됐다' 고 말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큰 세계가 우리들 눈 앞에 '인피니티 워'라는 타이틀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개봉 당일 가장 빠른 시간의 상영으로 한번,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아 며칠 뒤 한번, 다양한 타인들의 시선 속에서 느껴지는 의견들을 본 뒤 다시 한번, 그리고 아이맥스로 또다시 한번. 네 번을 보고 난 지금도 사실 극장에 가서 또 보고 싶을 만큼 나는 이 영화에 푹 젖어있다.


이 영화의 어떤 점이 나를 계속해서 극장으로 끌어들이는지를 생각해 보았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은 '완벽한 균형'에 있다고 느꼈다. 극 중 타노스가 누누이 말하는, 모든 것의 순리라고 말하는 그 '완벽한 균형'을 이 작품이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생략과 센스가 느껴지는 편집, 디테일 그리고 뛰어난 연출의 밸런스가 정말 오묘하고 알맞게 뒤 섞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전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작품들을 모두 본 사람만이 이 의견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야만 보이는 개연성 혹은 복선이 인피니티 워를 한층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올려놓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만한 수의 히어로가 등장하면서 이만한 스케일의 스토리를 지닌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149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러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장치로 마블은 이전 작품들에서의 크고 작은 복선들과 특히나 쿠키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 부분에서 관객들에겐 기대감과 궁금증을 유발함과 동시에 여러 영화들의 세계관을 하나로 묶는데 아주 큰 일조를 하는데, 참 영리하면서 재치 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신념과 그 신념에 대한 나름의 타당한 이유와 그 신념으로 느끼는 내적 갈등까지. 타노스는 여러 방면으로 참 매력이 넘치는 빌런이다. 헐크를 맨손 격투로 가볍게 제압하고, 토니에게 행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릴 때는 정말이지 '와'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마지막에 모든 걸 잃었다는 그 말에서 느껴지는 인간미까지, 어떻게 이렇게 캐릭터를 뽑았을까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게 한다.


지구에서 우주로 배경이 넘어가면서 흘러나오는 'Spinners'의 'Rubberband man'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어벤저스 시리즈의 모습을 보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볼 때는 정말 짜릿함 그 자체였다. 외모가 많이 변한 캡틴의 첫 등장은 4차 관람 때도 소름이 돋았고,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고 선두로 뛰쳐나가는 블랙 펜서와 캡틴의 질주에서 보이는 그 디테일함은 루소 형제가 정말 뛰어난 연출가들이라는 걸 상기시키게 해주었다. 예고편에서는 그려졌던 부활하는 토르의 모습을 본편에서는 편집이 되고 다르게 연출이 되었는데 이 부분 또한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극적인 순간 등장하는 '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아주 멋지고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인 버키의 분량과 활약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건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3차 관람을 우연히 생일날 하게 되었다. 10년 전에 비해 나는 많은 것이 변하였다. 성인이 되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 유독 더 애착이 가는 듯한 MCU의 작품들과 동시대에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겠다. 

어린아이 마냥 내년 생일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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