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우 May 10. 2018

캐롤

'어떻게 미울 수 있겠어요?'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에게 빠지게 되는, 즉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데 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캐롤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본능인 사랑에 대해서 아주 직설적이고 동시에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을 한다. 1950년대 라는 시대적 배경과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인물인 캐롤과 테레즈의 설정 자체부터가 참 인상적이다. 

자기 자신을 찾아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테레즈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캐롤이 만나면서 둘 사이에 느껴지는 애틋함은 여타 다른 멜로 영화 속 사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감정을 담고 있는듯하다. 방금 말한 그 감정이라는 게 좀 더 애틋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둘의 눈빛, 그리고 그 눈빛으로 이어지는 두 여인의 시선이 단순히 '매력적이다'라고 말하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짙은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알아 봐 주는 것. 사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꾸며지고 무언가에 가려진 '내'가 아닌 진짜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울림은 작지 않으며 흔치 않다. 그 흔치 않은 일을, 그 강한 울림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16mm 필름이 주는 거칠지만 매력적인 그 특유의 색감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예 바꾸어 놓는다. 필름뿐만 아니라 참 인상적이었던 촬영 구도와 극 중에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점까지 연출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다.


루니 마라의 섬세한 감정선의 표현과 케이트 블란쳇의 압도적이며 매혹적인, 중후함과 동시에 농도 짙은 그 눈빛은 정말 짙게, 짙게 여운이 남는다.


모든 것을 상쇄시키는 것, 오직 하나만 보이는 것, 바로 사랑.

매거진의 이전글 셰이프 오브 워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