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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un 25. 2018

레디 플레이어 원

'내 게임을 즐겨줘서 고맙네'


어떠한 이유에서 내가 이렇게 영화가 좋아졌나 생각을 종종하고는 한다. 특정 영화들을 보고 나서 느꼈던 감정들로 인해 나란 사람을 보다 나은 사람으로 다듬어주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도우미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순간들이 적지 않게 존재했다.


또 어떤 기분으로 봤는지에 따라서, 어떤 사람과 봤는가에 따라서, 보고 나서의 날씨는 어떠했는지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졌던 그 세세하고 애틋한 감정들이 내게는 매 순간순간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러한 소중한 감정들을 더 오래 그리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영화를 보고 글을 적는 일은 살면서 내가 시작한 일중에 손에 꼽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특히 이러한 작품을 만나는 순간에는 더욱더!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현실은 현실'이지만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들도 무수히 존재한다는 걸 살아가면서 차츰 깨닫고 있다. 마치 그걸 검증이라도 하듯 보이는 웨이드가 살아가는 쓰레기장 속 같은 현실과 허공에 단순힌 손짓 몇 번 했을 뿐인데 원하는 것, 하고자 하는 일이 짠 하고 이루어지는 파시 발의 '오아시스'라는 세계가 대조되는 장면의 전환들 속에서 작지 않은 소름이 돋곤 했다.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인기 있는 게임 캐릭터들과 영화와 만화 속 주인공들을 가상현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왜 대단한 감독인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생각을 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그 일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 '영화'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꽤나 직접적으로 표현했구나 싶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들은 저마다 느끼는 것들이 현저하게 다르다. 음식, 영화, 책, 그림 그 어떠한 것도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100의 존재가 또 다른 누군가에는 10이 혹은 그보다 못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필요한 건 사물을 바라보는 능력, 즉 통찰력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 통찰력이 삶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진리라고 이 작품은 말하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보면 참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이다. 주인공이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되어 퀘스트를 풀어내고 악당을 물리친다는 설정 자체가 참 가벼워 보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같은 것을 보고도 그 안에 담긴 숨은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그 이상의 가치로 관객들 저마다의 가슴속에 깊게 자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매일매일을 꿈을 꾼다. 현실에 지쳐 특정한 꿈과 희망을 상상하는 기쁨으로, 그 원동력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꿈도 결국 '현실'이 있기에 꿀 수 있음을, 현실은 차갑고 무섭지만 동시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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