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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un 28. 2018

허스토리

'세상은 안 바뀌어도 우리는 바뀌겠죠'


121분이라는 러닝타임 속에 몸에서 힘이 빠지는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 무기력함이 느껴지는 순간순간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하면서 봤던 것 같다. 정신 제대로 차리고 봐야지, 똑바로 보고 분명하게 들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봐야만 하는 작품이었다.

나는 그날의 현실을 알지 못한다. 영화로, 책으로, 다큐멘터리로 수많은 방식으로 제작되어 왔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날의 현실을 감히 알지 못한다. 함부로 추측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으며 결론 지을 수 없는 과거이자 현실이며 우리에겐 꼭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일본 정부에서 계속해서 들먹이는 과거 정권과 이루어진 위안부 협약은 흉터로 가득한 할머님들의 몸과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덧대는 일밖에는 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없는 합의라니,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이 어처구니없는 과거 정권의 행보는 씻어 낼 수 없는 큰 오점으로 역사 속에 깊이 자리할 것이다.


작품 속 김희애가 연기한 성공한 커리어 우먼 문정숙 사장의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다. 지금보다 더 여성의 입지가 넓지 못했던 시절, 이루어낸 사업의 성공으로 밖에서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강하고 당찬 여성의 대표적인 주자이지만 정작 집안에서는 자신의 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춘기 시절을 보내는지도 모르는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도우미 아주머니의 속사정 역시도 모르는 무심하고 무책임한 엄마이자 가족으로 비추어진다.

변하는 문정숙 사장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영화에서는 큰 볼거리로 작용한다. 조금 뻔할 수 있는 설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뼈 있는 말 한마디 한마디, 그 속에 실려있는 무게감이 뻔하다고 느껴지는 그러한 편견 자체도 무너트린다고 볼 수 있겠다.


삶에는 항상 우선순위라는 게 존재한다. 본질을 찾고 어떤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인지하고 숙지하는 게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을 한다. 그 본질을 알지 못해서, 뿌리가 단단하게 내리지 못한 삶은 허무하다.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결국 이 세상을 망치는 건 똑똑한 척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의 말과 그릇된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상식적이고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처럼 살고 싶다. 부끄러운 삶을 굳이 선택해서 살 이유는 없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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