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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Oct 06. 2018

소공녀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나’라는 사람에게 담배는 두 갑을 안사면 시집을 살 수 있고, 한 보루를 안사면 에어팟을 살 수 있는 그런 물건에 불과하다. 수많은 대체재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내게 별 의미가 없다는 뜻도 될 것이다. 그렇다. 담배, 내게는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면 머릿속에는 길거리에 나 뒹구는 버려진 꽁초의 흔적들만 떠 오를 뿐 기분이 1도 좋아지지 않는 그런 물건이 내게는 담배다.


그렇다고 해서 내 주위에 있는 흡연자들에게 되도 않는 이유들 들먹이며 금연을 강요했다거나 그들이 '틀렸다'라고 말한 적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틀린 게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모습 즉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 살아간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모두가 같지 않기 때문에.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살아가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하겠다. 이 가치에 대해 꽤나 직접적으로 동시에 현실적으로 표현해 낸 작품이다. 그래서 슬프다. 안타깝고 현실이 이러해서 답답하다. '나는 행복한데 남들은 내가 불행하대'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듯한 극 중 미소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만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한겨울에는 본인도 몇 겹인지 모를 만큼 속옷과 옷을 껴 입어야 하고, 서로의 온기로는 감당하기 힘든 추위를 피해 '봄에 하자' 고 말해야 하는 남자 친구와 있더라도 자신이 무엇 때문에 행복한지를 알고 그 행복을 찾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 미소가 부럽다. 진심으로 멋지고, 요즘 말로 '리스펙' 한다.

지독하게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이 사회 속 유행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이 오롯이 본인의 것이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혹은 타인이 빚어놓은 생각과 취향들로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고, 결국 '진짜' 내 것은 점점 희미해져 감에 따라 남이 만들어 놓은 가면으로만 나를 감추고 부정하게 되는 것만은 아닌지 짚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내 것을 만든다는 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 극 중 미소가 거대해 보인다. 미소는 남에게 엄지를 치켜세울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의 행복을 찾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저렇게 응원해 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자신과는 다른 가치를 선택한 남자 친구 한솔을 끝까지 응원해주는 그 모습까지도 마냥 사랑스럽고 멋져 보였다.

앞으로의 내 삶 속에서 얼마나 더 많은 인연들을 알게 되고 얼굴을 마주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모든 인연들이 각자에게 필요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요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미소는 집만 없었고, 그녀의 친구들은 집만 있었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더 중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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