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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Oct 14. 2018

스타 이즈 본

'저기, 한번 더 보고 싶어서'


배우가 아닌 ‘감독’ 으로서의 첫행보라는 점에서, 동시에 팝스타의 첫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영화를 관람하기도 전에 나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그 배우가 ‘브래들리 쿠퍼’이고 그 팝스타가 ‘레이디 가가’인데 게다가 음악 영화라니.. 한껏 부풀어진 기대감을 애써 누르며 자리에 앉아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작품의 초반부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앨리의 뒷모습을 긴 테이크로 보여주는 연출이라던지, 극 중 잭슨과 앨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과정과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둘 사이에 무언가가 피어나게끔, 작지 않은 도움을 주는 그 밤공기가 주는 매력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이처럼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초반부의 비해 중후반부는 상대적으로 조금은 늘어지지 않았나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작은 아쉬운 부분을 두 배우의 매력적인 목소리, ‘노래’로 커버했다고 생각한다. 레이디 가가의 가창력이야 많이 들어보고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알던 그 팝가수가 맞나 할 정도로 새롭게 들려오는 매력적인 목소리와 파워풀한 보컬은 라이브 공연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로켓’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그 배우가 내는 음색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브래들리 쿠퍼의 목소리 역시 영화가 끝이 나고, 영화관을 나온 뒤에도 기분 좋게 귓가에 맴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품에 안고 살아가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말 그대로의 순수한 ‘나의 가치’를 본인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홀로 고민하고, 혼자 결론 낸 뒤  못 박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수학공식 하나를 모른다고 해서 이렇게 슬프지는 않겠으나, 내가 나를 모른다는 건 이처럼 슬픈 일이다.

그러한 본인의 가치를 알아 봐주는 사람을 일생의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보다 더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행복을 찾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속 빈구석을 찾아, 그 자리에 본인이 뿌리를 내리고 상대방이 ‘가치’를 잃지 않게끔, 길을 잃지 않게끔 길동무가 되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을 한다.


극 중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잭슨은 그러한 ‘사랑’을 앨리에게 아낌없이 주었던 사람이다. 자신이 받지 못했던 사랑을 타인에게는 줄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한 사실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앨리가 목 놓아 부르는 ‘I’ll never love again’이라는 제목의 엔딩곡이 흐를 때는 눈물이 따라 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받은 적도, 누군가에게 배운 적이 없어도,
타인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가 바로 ‘사랑’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그 말인즉슨, 타인에게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 역시도 ‘사랑’이라는 소리다.
그렇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가치가 바로 ‘사랑’이라고 다시 한번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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