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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Oct 27. 2018

퍼스트맨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보는 게 달라집니다.'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원동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딛었다는 인물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어떤 연료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지, 왜 우리는 오늘 눈을 감고 내일 아침 눈을 떠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영화라고 여겨졌다. 일전에 다른 영화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영화가 내게는 '좋은' 영화의 기준이 된다.


인류 역사의 길이 남은 앞으로도 남을 이 기념비적인 사건을 영화로 제작한다는 자체가 흥미로움과 동시에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 상당히 궁금한 작품이었는데, 그 역사적 사건보다는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에 좀 더 포커스를 두면서 '닐' 이 느낄 내, 외적 갈등과 우주만큼이나 거대하다고 느꼈을 전 인류의 관심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묘사해내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이 언뜻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조율해줬다고 생각한다.

'위플래쉬'와 '라라 랜드'를 통해 연출가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감독 다미엔 차 젤레는 이번 작품에서도 본인의 축복받은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미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를 통해 경험해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크게 와 닿지 않을 것 같았던 우주를 배경으로 모든 소리를 죽이는 그 연출은 여전히 신선하면서도 작지 않은 충격을 선사한다.


달에 착륙하고 이어지는 시퀀스가 65mm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아이맥스로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달과 우주의 모습은 광활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예술적으로 다가온다. 전작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흐르는 음악의 존재감 역시 기억에 남는다. 

앞서 말한 원동력으로 다시 돌아와, 많은 영화에서 그리고 최근 책 속에서 끊임없이 언급이 되어 머리와 가슴에 각인된 것이 있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슬픔'이라는 것을 말이다. 슬픔이나 좌절을 맞닥뜨렸을 때 포기하고 주저앉기를 반복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을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의견일 수도 있겠다. 반대로 눈앞에 닥쳐온 슬픔을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든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내 인생을 기준으로 삶을 들여다보았을 때 오늘의 나를 이루는,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연료는 '슬픔'이라고 단언하겠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가을 밤하늘엔 동그란 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좋은' 영화는 반복되는 일상 속 당연하다 여겨지는 것들을 가치 있는 기억의 한 조각으로 만들어준다. '최고'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분명 '좋은' 영화임엔 틀림없다. 슬픔을 곁에 친구로 두고, 공부해야 할 이유가 오늘 또 생겼다.

슬픔을 딛고 일어선 한 남자의 도약은 저 멀리 달까지 닿아 그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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