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과거의 누군가로부터 만들어진 선명한 족적들을 만날때면 가슴은 뜨겁게 불타고, 심장은 미친듯이 뛰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심심치않게 상영중인 영화들 중 하나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최근에는 ‘완벽한 타인’에 푹 젖어있었기에 다른 영화에 눈이 가지 않았는데 걔중에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기회가 된다면 하루 빨리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완벽한 타인’ 이 끌리지 않는다는 친구에게 이 영화, 반응이 좋더라 라고 말했을때 친구는 답했다. ‘아 퀸 영화? 나 퀸 음악도 몰라~’ 가득 찬 확신으로 바로 답장을 보냈다. ‘아니, 넌 분명히 알아’ 태어난 순간부터 자연으로 돌아 가 자연인으로 살지 않고서야 퀸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단언컨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지구인 모두가 아는 밴드 ‘퀸’, 이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에게 포커스를 둔 뜨겁고 가슴이 벅찬 음악영화다.
사회에서 외면받는 부적응자, 말그대로 아웃사이더인 그는 타인에 의해 굴복되지 않았으며 자신을 져버리지 않았다. 사실 이 과정을 조금 더 깊고 친절하게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작지 않다. 물론 단순히 음악이 좋아, 무대가 있고 관객만 있다면 그 어떤것도 아쉬울게 없을 ‘performer’ 처럼 그려지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한 인간으로서 아니 한명의 부적응자로서 느낄 복잡한 수 많은 내적갈등이 있었을게 분명한데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게 담아진것 같아 아주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으며, 나 역시도 최근 감상한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기 힘들었던 벅찬 감정이 들곤 했는데 그 이유는 역시 음악이다. 특히나 마지막 20분은 마치 내가 그때 그 시절 웸블리 스타디움에 함께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강하게 몰입이 되었다, 역시 음악때문에. 본인의 인생을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노랫말과 무대위에서의 그 열정은 수십년이 지나 스크린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달이 된다. 용산cgv 아이맥스 사랑합니다.
집에 돌아 와 실제 라이브 에이드 무대 영상을 반복해서 보니 영화와 실제가 구분이 가지 않을만큼 작은 손동작 하나까지도 영화는 디테일하게 담아 내고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배우 ‘라미 말렉’ 이 그 인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을지, 동시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이 영화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게 피아노 위에 놓여져 있던 펩시 콜라컵에서 까지도 느껴지곤 했다. 영화 ‘작전명 발키리’ 에서도 느꼈지만 그는 ‘엑스맨’ 만 잘 만드는게 아니다. ‘엑스맨’ 도 잘 만드는 뛰어난 연출가임에 틀림없다.
순수한 열정을 품에 안고 살았던 한 예술가의 포효는 지구를 몇바퀴 돌더라도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 포효는 누군가의 가슴에 불을 지펴 더 큰 포효로 번져 나갈 것이다.
예술이 밥 먹여 주냐고?
아니, 예술은 그 존재 자체로 오늘도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