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우 Dec 19. 2018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너 자신을 믿고 뛰어’


스파이더맨, 분명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히어로임에 틀림없으나 2002년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토비 맥과이어가 ‘피터 파커’역을 맡았던 스파이더맨을 기점으로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그리고 가장 최근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까지 봐오면서 각기 다른 개성으로 저마다의 매력을 뿜어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개봉 소식을 접하고 드는 생각은 많이도 필요없고 단지 한 단어로 정리가능했다.
‘또..?’

20년이 채 되지않는 시간동안 이미 3번이나 리부트 되어진 캐릭터이기에 이미 충분히 소모되어졌다고 여겼는데 이러한 방향으로도 표현해 낼 수 있다는데에 있어서 우선 굉장히 놀랐다. 접근하는 방식을 약간만 달리하여도 스토리의 방향성과 폭이 이토록 확대될 수 있다는 것에서 가장 큰 인상을 받았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미 많은 스파이더맨을 만나왔다. 게다가 작품 속에는 주인공 마일스를 비롯한 다른 인종과 국적 그리고 성별을 가진 여러 스파이더 히어로들이 등장하는데 이 모두를 평행우주라는 하나의 테두리 안에 담아 바라보니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기 힘든 어떠한 정당성이 자연스레 입혀졌다고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참 똑똑하고 재미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프닝에서 ‘토비 맥과이어’ 가 출연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압축해서 묘사하는 부분부터 이 영화, 보통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화려하고 컬러풀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고, 힙한 배경음악들은 매력적으로 들리며, 중간중간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코드까지 갖추면서도, 얼마전 세상을 떠난 ‘스탠 리’ 를 기리는 장면도 놓치지 않을뿐더러 한창 사춘기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기의 주인공 ‘마일스’ 가 성장하는 단계단계의 모습까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꽉 차게 담아내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지니고 있는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 또한 꼭 칭찬하고 넘어가고 싶다. 말풍선을 활용하고 각 시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한 자리, 한 스크린에서 나온다는건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다소 어색했을 모습들임에 틀림없다.

모두에게 맞을거라던 스탠리옹의 말과는 다르게 극중 마일스가 초중반까지 입고있던 유니폼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이 묻어났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모른채, 자신을 모르는채 타인에게 의존하며 그 순간의 위기와 갈등을 모면하려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우리 모두 그런적이 있지 않은가? 비로소 본인의 인생은 오롯이 본인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후, 딱 들어맞는 유니폼을 입고서 도시를 거미줄로 스윙하는 장면은 짜릿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참 묘한 시퀀스였다.

연말을 맞아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사이에서 얼마나 오랜기간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중 가장 신선하고 독특한 작품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영화 내내 마일스는 신발끈을 묶지 않는다. 살다보면 본인의 신발끈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넘어지게 하려고 하는것들을 꽤나 여럿 만나게 된다.


부디 잘 일어서기를, 넘어지는게 부끄러운게 아닌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게 부끄러운 것임을 꼭 잊지 않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