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이든 마음껏 즐긴다 다도란 그런 삶의 방식인 것이다’
하루하루가 단순히 즐겁기만 할 수 없기에 인생은 비로소 인생이다. 열개의 행복이 하나의 슬픔과 좌절을 누르지 못하듯이, 밝고 긍정적인 나날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때때로 닥쳐오는 아니 어쩌면 항상 내 옆에 따라다니는 고통이 수반되기에 그 안에서 우리는 다치고 치유하는 법을 배우며 스스로 성장한다. 극 중 ‘노리코’ 는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그려진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나 선배의 삶과 자신의 삶을 나란히 세워 높고 낮음을 비교해보고, 가까이에선 사촌 ‘미치코’ 의 삶을 들여다보며 거대해 보이는 미치코의 삶에 비해 한참이나 작아 보이는 본인의 삶을 스스로가 꾸짖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삶에 들어온 ‘다도’ 는 어떤 의미인가. 그 모든 과정을 처음 보는 입장에선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걸음의 보폭, 물을 따르는 정도나 솔을 젓는 강도나 속도 또한 정해져 있는 그 과정이 귀찮아 보이고 굉장히 복잡해 보였다. 그게 내가 느낀 ‘다도’ 에 대한 솔직한 첫인상이다. 노리코라고 해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걸 왜 해야 하지’ 라는 표정을 짓는 그녀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갔다. 시간이 지나면 손이 먼저 움직일 거라던 ‘다케타’ 선생님의 말이 그때는 전혀 와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도를 놓지 않는다. 하루하루 계절이 변해도, 누군가를 잃어도 다도를 마주한다. 꾸준히 해내는 것. 가장 어려우면서도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그녀는 천천히 오래오래 그렇게 해내고 있었다, 마치 다도를 배우는 순간처럼. 그 오랜 시간, 그녀의 옆을 항상 지키고 있는 다케타 선생의 존재감이 더욱 돋보이는 건 그런 이유에서 일까.
특색 있는 스토리 또는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지는 영화는 아니다. 잔잔하고 담백한, 계절과 시간의 감성을 자연스레 녹여낸 작품이다.
같은 사람과 여러 번 차를 마셔도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고 키키 키린의 말이 단순 영화 속 다케타 선생이 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아 더 큰 울림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
하루를 소중히 하는 삶, 그게 바로 인생을 소중히 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