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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r 07. 2019

캡틴 마블

‘정말 위급할 때만 불러’


충격적인 결말을 선보이고 홀연히 사라지며 1년이란 긴 시간을 기약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의 여운이 해가 넘어가도 여전히 가시지 않는 지금(‘앤트맨과 와스프’의 쿠키영상도 한몫했다) 개봉 전부터 여러 스캔들로 인해 시끄러웠던 ‘캡틴 마블’ 이 드디어 개봉을 했다. 이런저런 해프닝으로 인한 편견을 걷어내고 보더라도 ‘캡틴 마블’ 은 줄곧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 오던 그 ‘마블’이 맞는가 할 정도로 작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물의 첫 번째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많은 작품들이 시리즈의 그 처음이라는 부담감을 쉽사리 이겨내지 못하는 듯하는데 ‘캡틴 마블’도 그 징크스를 피하지 못한 듯하다. 그 모든 시리즈의 처음 작품은 아무래도 영웅의 탄생 배경과 주인공이 변화하는 과정을 주로 다루게 되기 때문에 큰 테두리 안에서 바라볼 때 비슷한 구도를 보이는데 이렇다 보니 스토리 자체가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인상을 씻어내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그러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히어로의 개성을 살려내거나 특징을 부각하는 장치들을 잘 활용한 연출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엇 하나 특출 나게 보여주는 것이 없다고 여겨진다. 사용하는 음악, 액션씬, 시각효과 모두가 무난하고 평이하다. ‘마블’이라는 이름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더 무난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더 깊이 들여다 바라볼 때, 10년이란 시간 동안 차곡차곡 잘 쌓아 올리고 깎아 놓은 MCU의 세계관, 이 가면을 벗겨내고 오로지 ‘캡틴 마블’ 하나의 단독 영화로 보았을 때, 매력의 정도를 따져보면 더욱더 시원하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젊은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닉 퓨리’ 와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 참 반가웠던 ‘콜슨’ 요원, 어벤져스에서 쇠뿔 같은 역할을 했던 ‘테서렉트’의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어벤져스라는 이름의 탄생 배경까지. 영화의 제목은 ‘캡틴 마블’ 인데 부수적인 것들이 더 기억에 남으니 이건 분명 문제가 있다. 설레고 심장이 두근거리던 부분이 두 번 있었는데 ‘스탠 리’ 를 기리는 새로운 인트로와 영화가 끝이 나고 재생되는 첫 번째 쿠키영상을 볼 때였다. 2시간가량 되는 본편의 영화보다 20초남 짓 되는 쿠키영상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 역시 분명 문제가 있다.

마블이 준비하는 새로운 페이즈의 히어로 집단에서 아마도 이름을 따라 ‘캡틴’ 이 될듯한 ‘캡틴 마블’ 은 다음 단독 작품에서 이번 작품과는 다른 보다 뚜렷하고 선명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캡틴 아메리카’ 의 단독 시리즈인 ‘퍼스트 어벤져’ 는 아쉬웠지만 후속작인 ‘윈터솔져’ 를 말 그대로 끝내주게 뽑아냈던 ‘마블’이기에 여전히 믿어보겠다.

추가로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에서 닉 퓨리가 캡틴에게 말하길 본인이 누군가를 믿었다가 자신의 눈을 잃는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 복선 또한 회수가 된다.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재미를 찾는 게 여러 작품이 한 세계관에 묶여있는 영화를 보는 재미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더

Thank you, Sta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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