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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Apr 22. 2019

미성년

‘그래도 넌 살아있잖아’


조금은 아쉬웠던 작품 ‘우상’ 을 마지막으로 거진 한 달 만에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니, 놓친 작품이 많은 것이 아쉬우면서도 주방으로 다시금 돌아간 것이 가장 큰 기쁨인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감상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 나날 속 ‘감독’ 김윤석의 데뷔작 ‘미성년’을 보고 오는 길이다.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많은 연구와 그에 따른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게 느껴지는 배우 김윤석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작품 ‘미성년’. 본인이 직접 연기를 할 때 화면 속 비추어지는 장점이 직접 연출을 하는 작품에서도 밀도 있게 담겨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그 가치를 증명한다고 느껴진다.

지극히 인물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이 작품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각각 다르게 보여지는 여러 인물들의 심리상태와 감정을 세심하고 진중하게 담아낸다. 중간중간 적당한 타이밍에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며 인상적인 촬영 구도를 화면 가득 채우며 적당한 호흡으로 마지막을 향해 나아간다.

어른이란 무엇인가, 밥 몇 끼니 더 먹었다고 해서 어른은 아닐 것이다. 또는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내 세상, 내 기준에서 어른은 본인이 싼 똥을 본인이 수습할 수 있는 때가 됐을 때, 비로소 어른이라 불려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저지르고, 일단 내지르고 기둥 뒤에 숨어 올라가는 방향의 에스컬레이터에서 거꾸로 내려가는 판토마임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어른’ 의 모습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그 상황이 어떤 경우가 되었든 내가 만든 상황은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책임을 질 줄 아는 것, 그게 어른이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 짧은 생을 돌이켜 보면 ‘꼭 저 사람처럼 돼야지’ 보다는 ‘절대 저 사람처럼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이 더 오래 더 깊게 내 안에 뿌리내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주리와 윤아는 어떤 어른이 될까 아니 이미 어른이 된 두 사람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살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들은 대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알아야 하는 이야기고, 맞는 이야기지만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를 굳이 찾아내서 귀 담아 들을 만큼 여유로운 세상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보다 쉽게 풀어내는 예술가들과 동시대에 살고 있는 행운을 우리는 늘 옆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세상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이 값진 행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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